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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고신입 Jan 09. 2022

<어떤 양형 이유>, 판사의 사랑 이야기

 이 책은 현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인간이자 판사이기에 갖는 고민들을 모은 것이다. 불공평한 사회 구조와 법의 불완전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법 시스템의 문제 등을 역설하기도 하는 저자의 문장들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수준과 고민의 농도가 얕아 술술 읽을 수 없었다. 그래도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움은 물론 스스로의 편협함과 무지함을 새삼 깨닫는 즐거움이 마지막 장까지 책을 놓지 않게 했다.    

 초반에는 슬픔, 허탈함, 무력감, 분노 등을 다소 솔직하게 표현하는 저자의 문장에 ‘판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감정적이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판사도 사람이니 최소한의 감정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어느 정도의 감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고된 직업 훈련과 투철한 직업윤리 그리고 삼권분립 같은 것들이 임의적 판결을 저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음에도, 감정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판사가 우리의 운명을 가를 판결문을 작성한다는 사실이 사뭇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법전과 사람 사이에서 고뇌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 보니 책의 말미에 이르렀을 때는 인간적 감정, 특히 사랑에 기반한 감정이야 말로 좋은 판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법이 곧 정의고, 법이 곧 사랑일 수는 없지만, 법이 정의이면서 사랑일 수 있다면 보다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설득당한 것이다. 인류애라는 다소 중립적인 표현 대신 사랑이라는 보다 입체적인 표현을 반복해 쓰는 저자가 현직 판사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 것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변화였다.

 본 글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 같다. 이 책은 현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따뜻한 인간이자 좋은 판사로 살기 위한 고민들을 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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