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우는 시간

성숙이라 불리는 과정

by 은영

드디어 히야신스의 꽃잎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재 화훼공판장에서 데려온 지 3달 만이다. 빈병에 물을 채워 알뿌리의 엉덩이가 잠길 수 있도록 두었는데 3주 동안 뿌리만 내렸다. 얼마 후, 유록 색의 싹을 틔웠고 2달이 더 지나서야 잎 사이로 보라색 꽃잎이 슬며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돈을 내고 구매하여 즉각적인 쾌락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꽃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많은 이들이 꽃이 좋다면 꽃집에 가서 피어 있는 것을 사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이렇게 '즉각적인'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자람을 지켜보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21_8 hyacinth.png 함께 지낸 지 3달이 된 히야신스

나 역시 조급하게 굴었다. 왜 뿌리만 내리고 있지? 싹은 대체 언제 나는 거지? 꽃대를 올릴 수는 있을까? 걱정만 가득했다. 그러나 히야신스는 알아서 잘 크고 있었다. 더 단단한 잎을 내고 더 선명한 빛깔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3달이 지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 3달은 걱정 대신 즐겨야 할 시간이란 것을. 겨우내 꼬박 싹을 틔우는데 시간을 쏟은 이 히야신스는 자신의 속도대로 성숙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꽃을 활짝 피워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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