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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방 Jul 09. 2024

11화. 나만의 관계이론 만들기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보자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게 뭔가요?”


“양궁 과녁판이요.”


(사진출처 pinterest)


양궁 과녁판은 1~10점까지 점수가 기재되어 있다. 중심원으로 향할수록 10점, 바깥으로 나갈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대인관계를 양궁과녁판에 빗대어 나만의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유대관계도 없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0점, 나라는 인간 자체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면 10점. 1점과 10점 사이 무수히 많은 사람이 존재할 테고 과녁판 점수로 기재할 수 있는 나만의 관계이론.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웃으며 안부인사하는 정도의 관계는 1점이에요. 그리고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한 사람은 3점이요. 대부분의 회사 사람들, 특히 팀원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재밌는 이론이네요. 어떤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걸까요?”


"3-4점 라인보다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서로 이야기가 오가는 관계요. 하지만 제게 무례하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죠."


“어떤 사람들이 해당할까요?”


"오랜 친구들이요. 함께 성장하고 서로 의지가 되어주며 격려하는 관계라 7~8점 정도에 위치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가족은 어디에 해당하나요?”


침묵이 흘렀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가족은 어디에 넣으면 좋을까?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참 어렵다. 지금까지의 상담 중에서도 가족 이야기만은 은연중에 피해 오고 있었는데 말이다.


"배우자는 10점이에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절 있는 그대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거든요."


"부모님은요?"


"부모님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과거에는 저의 양궁 과녁 안쪽으로 들어올 수 없었는데, 또 지금은 안쪽에 계시는 거 같기도 해요. 결혼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이뤄진 것 같아요.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심적 거리가 가까워진 관계거든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끝냈다. 한번 꺼내기 시작하면 댐 물이 터진 듯이 폭발할 이야기이기에.


자신만의 관계 이론을 만들어 보는 것은 내게 긍정적인 결과물로 남았다. 지금까지 관계에 있어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었다면 양궁 과녁판 이론을 통해 그 기준에 내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의 감정, 나의 컨디션, 나의 가치관이 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준이 된다. 그렇게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패를 하나 만들었다.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숙제에 대해서는 꺼내보지도 못한 채 상담시간이 끝났다.


"나방님과 함께하는 상담시간은 즐거워서 늘 시간이 빨리 가네요!"


"정말요? 다른 사람과 하실 때도 그렇게 느끼시지 않을까요?"


"시간은 상대적이죠. 누구와 함께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바로 이런 것일까.

오늘은 한 주간 느끼는 주된 핵심 감정에 대해 고민해 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핵심감정.... 다음 상담까지 또 머릿속이 소란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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