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결 과제
“나방님과 저와는 해결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어요. “
“해결에 대한 인식차이요?”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미해결 과제>라고 해요. 미해결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해결은 종결을 의미해요.“
“저는 해결의 정의를 문제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문제의 해결이 종결이라니 놀랍습니다.“
“문제를 들이받으세요! 그래서 종결해야죠. 과거의 일이 지금까지 진행형으로 남아있지 않도록 해야 해요.“
“들이받는다구요?”
“상대에게 ‘내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물어보세요. 예측이 아니라 나의 소망, 평가가 아니라 상대의 개인적인 의견, 사실이 아니라 상대방의 해석이에요. 나방님은 개념들을 분리하고 관점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해요. 마치 쇼펜하우어처럼요. 우리는 모두 ‘행복해야 한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쇼펜하우어는 ‘당신이 왜 불행하지 않아도 되는가‘ 라고 생각하죠.“
모든 것을 나 혼자 생각지 말고 상대에게 묻고 들이받아서 종결하라는 것.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미해결 과제를 안고 살아왔는지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믿음을 계약처럼
“믿음이라는 개념도 다른 관점으로 봐볼까요? 상대와 믿음에 대한 계약을 했는데 만약 파기된다면 끝을 내는 거예요.“
“믿음이 계약이라고요?”
“예를 들어 나방님이 다른 사람에게 ‘이건 누구에게 이야기하지 마’라고 말했는데 제삼자에게 공개된다면 그건 계약이 파기되는 거죠.“
“그렇다면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이건 다른 사람에겐 이야기하지 마’라고 매번 말을 하고 시작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어떻게 모든 대화에 그 말을 하죠?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아닌가요?”
“나방님에게는 그게 당연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
믿음을 계약으로 생각한다니. 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은밀한 이야기는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흘러들어 가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동의도 없이 상대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대화의 흐름에서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구분하는 것은 기본 매너가 아닌가.
당연함에 대한 범위가 달랐나 보다. 내가 당연시 여기는 것들이 상대방에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범위에 <믿음>이 들어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믿음을 계약으로 생각한다니 정말 놀라운 사고의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