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어린이의 '대화의 주도성'
지난 1월 3일 딸과 함께 주토피아 2 영화를 보았다. 나는 오래전에 주토피아 1을 본 기억이 있다.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안나는 주토피아 1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나무늘보의 느린 움직임과 말'로 웃기면서도 가장 인상 깊었다. 내가 주토피아 1을 언제 봤었는지 궁금해서 네이버를 검색해 보니, 2016년 2월 17일에 개봉했었다. 10년 만에 주토피아 2가 개봉한 것이다. 딸 친구들 중에서도 주토피아 2를 본 친구가 있다고 했다. 나는 딸에게 "엄마는 주토피아 1도 봤었어"라고 말해주었다. 2020년생인 딸이 태어나기 4년 전에 본 것이다. 내가 아는 지인도 아들과 함께 주토피아 2를 보았다고 했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사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영화를 못 보게 돼서 아쉬웠었다. 그래도 새해가 밝고 봐서 좋았다.
팝콘과 사이다를 사서 인천시민공원 CGV의 리클라이너관에서 누워서 편하게 영화를 보았다. 말로만 듣던 리클라이너관에서 실제로 처음으로 영화를 본 것이다. 일반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같은 가격으로 폭넓은 침대 같은 의자에 누워서 너무 편하게 영화를 보았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구나 싶었다. 딸과 단둘이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본적은 여러 번 있었다. 딸과 단둘이 뮤지컬이나 마술쇼 같은 공연도 본 적은 있었지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너무 안락하고 편안하게 누워서 본 것은 더욱이 처음이었다.
주토피아 2의 주인공인 닉(여우)과 주디(토끼)는 환상의 짝꿍 경찰관이다. 영리하고 기발하면서도 탐구력이 강하고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고, 용감하고 거침없다. 중간에 서로의 신뢰를 잃은 일도 있었지만 의리로 잘 해결된다. 중간에 포버트가 뱀과 주디를 배신하고 뱀을 추운 장소로 던져버리고, 주디는 뱀의 독을 주입시킨다. 뱀과 주디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데 뱀이 힘을 내며 주디로 향하여 주디를 꼭 안아주었고, 그 온기로 뱀을 다시 힘을 내고 역경을 이겨낸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작은 온기의 힘'으로 기억에 남는다. 결국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OST 또한 너무 좋았으며 중간중간 노래가 나오면 딸이 함께 불렀다. 유치원에서 주토피아 노래를 틀어주었단다.
영화를 보고 난 며칠 뒤, 딸과 함께 스타벅스에 갔다. 유치원 하원 중에 딸이 마카롱이 먹고 싶다고 해서 다음날 가기로 약속하고 마카롱에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 간 것이다. 나는 딸과의 데이트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날은 조금 달랐다. 음료와 마카롱을 먹던 딸이 "엄마 주토피아 영화 중에서 어떤 분이 가장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음, 엄마는 뱀이 배신을 당하고 추운 곳에 던져졌는데 힘을 내서 주디한테 가서 주디를 안아줬는데 따뜻해져서 힘을 내서 살아난 부분이 감동적이었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딸의 반응은 "감동적이었던 부분 말고, 재미있었던 부분 말이야"라고 하는데 순간 딸이 '우리의 대화에서 주도성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재미있었던 부분(나무늘보가 자동차 출발 전까지는 엄청 느렸다가 출발과 동시에 총알같이 빠르게 간 장면)을 이야기하고, 딸의 재미있었던 부분도 들어 보았다.
'말의 주도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 말의 주도성은? ] 대화나 담화에서 누가, 어떻게 말의 흐름과 방향을 이끄는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보통 다음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1. 대화 주도권 : 누가 화제를 제안하고 언제 전환하며 발언의 길이·빈도를 조절하는가
→ 질문을 던지거나 정리·요약하는 사람이 주도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2. 언어적 주체성 :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말하기, 자신의 생각·감정·판단을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 "시켜서 말함"이 아니라 "스스로 말함"
3. 권력·관계와의 연관 : 교실, 회의, 면접처럼 위계가 있는 상황에서는 특정 인물이 말의 주도성을 독점하기 쉽고 수평적 관계일수록 주도성이 분산되거나 교대된다.
4. 교육·상담·토론 맥락
- 교육 : 학생의 말의 주도성은 사고력·자기 효능감과 연결됨
- 상담 : 내담자가 말의 주도성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 목표
- 토론 : 주도성은 설득력과 논증 구조화 능력으로 나타남
5. 요약하면, 말의 주도성 = 말의 시작·방향·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수다 떨기'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우리 딸도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수다를 떨 때가 있다.
[ 수다 떨기 란? ] 형식이나 목적보다 관계·즐거움·공감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말하기이다.
1. 핵심 특징
- 주제 자유로움 : 오가며 바뀌는 화제
- 감정 공유 : 정보보다 느낌·경험 중심
- 상호성 : 말의 주도성이 한 사람에게 고정되지 않고 오르내림
- 즉흥성 : 계획 없이 흘러가는 대화
2. 말의 주도성과의 관계
- 수다에서는 주도성이 순환됨
→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공감·확장하며 자연스럽게 이어받음
- 질문·맞장구·경험 추가가 곧 미세한 주도 행위
3. 기능과 의미 : 친밀감 형성, 스트레스 해소, 관계 유지·강화, 일상적 사고 정리
4. 비슷하지만 다른 것
- 잡담 : 가벼운 정보 교환 중심
- 수다 : 감정·관계 중심
- 토론 : 결론·설득 중심
5. 한마디로, 수다 떨기는 주도성을 나눠 갖는 말하기다.
'수다 떨기', '잡담', '수다'가 비슷한 거 같지만 다르다니.. 말장난 같기도 했다. 그래서 '말의 주도권'과 '대화의 주도권'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가? 그 이유는 내가 위 부제목을 '대화의 주도성'으로 작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GPT에 질문할 때는 '말의 주도성'이라고 했다. 나 스스로 단어나 음절 하나를 사용하면서 그 뜻을 제대로 모르고 쓰는 것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GPT의 대답이 모두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는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 '말의 주도권'과 '대화의 주도권'.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가? ] 두 표현 모두 맞는 말이지만, 의미 범위와 쓰임 맥락이 다르다. 그래서 "어느 것이 옳은가"보다는 어느 쪽이 더 적절한가의 문제다.
1. 말의 주도권
가. 의미 : '말하기 행위' 자체를 누가 주도하는가에 초점, 발화 시작, 발언량, 말할 기회, 화제 제시 등을 포함
나. 주로 쓰이는 맥락 : 교육·언어 발달, 말하기 수업, 상담, 아동 언어, 개인의 표현 능력·주체성 강조
다. 예문 : "학생의 말의 주도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이가 대화에서 말의 주도권을 점점 가져간다."
→ 개인 중심, 발화 행위 중심
2. 대화의 주도권
가. 의미 : 대화 전체의 흐름과 방향을 누가 이끄는가에 초점, 화제 전환, 결론 유도, 상호작용 구조 포함
나. 주로 쓰이는 맥락 : 사회적 상호작용, 회의, 협상, 토론, 면접, 관계·권력 구조 분석
다. 예문 : "회의에서 상사가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질문을 던지며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 관계 중심, 상호작용 구조 중심
3. 정리하면
표현 초점 더 자연스러운 맥락
말의 주도권 개인의 말하기 교육, 상담, 아동·학습
대화의 주도권 상호작용 전체 사회, 회의, 토론
4. 추천 기준
가. 말하기 능력·발언 기회를 말하고 싶다면 → 말의 주도권
나. 상황·관계 속 흐름을 말하고 싶다면 → 대화의 주도권
다. 따라서 둘 중 하나만 옳다기보다는, 맥락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 딸은 나와의 대화에서 '말의 주도권'을 가져간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가진 것인데 적용하기가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또 궁금해진 것이 있다. 이미 눈치를 챈 독자분들 계실지 모르겠다. '주도성'과 '주도권'의 차이가 궁금해졌다. 위 부제목에 내가 적은 것은 '대화의 주도성'이었다. 그런데 GPT에게 질문한 것은 '주도권'을 물어본 것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 질문한 줄도 몰랐는데, 읽어나가다 보니 한 글자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진 것이다. 내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GPT는 단순히 나의 질문에 대답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사고를 확장시켜 주는 도구이자 나를 도와주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 '주도성'과 '주도권'의 차이는? ]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1. 한 줄로 요약
- 주도성 : 스스로 이끌려는 성향·능력
- 주도권 : 실제로 쥐고 있는 권한·우위
2. 주도성
가. 의미 : 자발적으로 시작하고 이끌려는 내적 성향·능력,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도 발휘될 수 있는 태도
나. 특징 : 개인 안에 있음, 연속적·정도 차 있음 (높다/낮다), 길러질 수 있음 (교육·훈련 대상)
다. 예문 : "이 학생은 말하기에서 주도성이 높다.", "주도적인 태도로 질문을 던졌다."
3. 주도권
가. 의미 : 실제 상황에서 누가 흐름을 통제·지배하고 있는가, 관계·구조 속에서 주어지거나 획득되는 권력
나. 특징 : 관계 속에 있음, 순간적·상황 의존적, 빼앗기거나 넘겨질 수 있음
다. 예문 : "회의에서는 팀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질문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4. 비교 정리
구분 주도성 주도권
성격 성향·능력 권한·우위
위치 개인 내부 관계·상황
지속성 비교적 지속 상황별 변동
교육 가능성 있음 제한적
5. 말하기·대화 맥락에서 중요한 차이
가. 주도성은 있는데 주도권은 없는 경우 → 말하고 싶고 시도하지만 구조상 기회가 없음
나. 주도권은 있지만 주도성은 낮은 경우 → 직위 때문에 말은 하지만 능동적이지 않음
그래서 교육·상담에서는 주도성을, 사회·조직 분석에서는 주도권을 더 많이 쓴다.
한글이라고 해야 할까. 문법이라고 해야 할까. 어휘라고 해야 할까. 알면 알수록 어렵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결론은 지어야 할 것 같다. 우리 딸은 '대화의 주도성'보다는 '말의 주도성'가지고 있다. 일단 성향 및 능력으로 보았다. 그리고 나와 딸은 주토피아 2 영화를 보고 나서 재미있었던 부분에 대해 표현하는 개인의 말하기였다. 결국은 부제목이 "6살 어린이의 '말의 주도성'"이 적절한 것으로 하면서 글을 마친다.
* 나의 질문 중에서 "'말의 주도권'과 '대화의 주도권'.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가?"라는 질문에 GPT는 "두 표현 모두 맞는 말이지만, 의미 범위와 쓰임 맥락이 다르다. 그래서 "어느 것이 옳은가"보다는 어느 쪽이 더 적절한가의 문제다."라고 답했다. "옳고 그른가의 문제" 보다는 "적절함의 문제"를 꼬집었다. "맞다 틀리다가 아님"을 표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나의 질문법과 생각하는 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