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가 정리한 행동요령.
지난 크리스마스 날의 일이다. 크리스마스 날을 맞이하여 아이 아빠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갈비가 먹고 싶다고 해서 '명륜진사갈비'에 가서 맛있는 고기를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다음 일정을 정했고, 현재 상영 중인 '주토피아 2' 영화를 보기고 하였다. 아이 친구들 중에도 주토피아 2 영화를 본 친구들이 여럿 있다고 하였다. 급하게 영화 보기를 정한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휴일이다 보니 근처의 영화관은 이미 자리가 없었다. 거리가 조금 있지만 청라 쪽으로 가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밥을 먹고 영화를 보기 위해 신나게 출발하였다. 내비게이션은 국도로 안내했고 잘 가다가 빨간색 신호를 받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었다. 잠시 차가 멈춘 그 사이, 차의 이상함을 느낀 아이 아빠는 시동을 껐다. 그리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으나 걸리지 않았다. 짧은 사이 신호등은 파란불로 바뀌었다. 우리는 그대로 멈추었고,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 비상등도 켜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파란불로 바뀐 후 앞의 차가 출발을 하지 않으니 뒷 차에서는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아이 아빠는 많이 당황해하였다.
나는 순간 '비트박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고속도로에서 보는 '비트박스'가 그 순간 떠올랐다. 많은분들 중에 '비트박스'를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조치사항(행동요령)이다.
['비트박스'란?]
비 : 비상등 켜기
트 : 트렁크 열기
박 : (고속도로) 밖으로 대피
스 : 스마트폰으로 신고하기
나는 차가 멈춘(사고) 장소가 고속도로가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동시에 고속도로는 아니었지만 '비트박스'를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순간 떠올랐다. 그리고 뒤에서 차가 박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 위험한 순간이라고 판단했다. 멈춰있었기에 뒤차도 멈춰있어서 다행이었다. 주행 중에 차가 멈췄다면 정말 아찔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 아빠에게 트렁크를 열라고 하고, 보험회사에 전화하라고 했다. 아이 아빠는 그렇게 행동하였고, 나와 딸은 다음 횡단보도 신호에 맞추어 찾길 밖의 인도로 몸을 피하고 112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아이아빠에게 영화를 취소하라고 하였다. 도로 한가운데 멈춘 차량으로 인해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경찰의 교통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정확한 위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다른 위치로 간 경찰차보다는 보험회사에서 출동한 긴급출동차량이 더 일찍 도착하였다. 긴급출동 차량을 부르면 현재위치를 회사 측에서 검색을 한다. 그런데 112는 안 그랬던 거 같다. 긴급출동 차량이 배터리를 충전해 주었고 차가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아이 아빠는 차를 잠시 갓길로 이동시켰고 비슷한 시기에 경찰차가 도착한 후 인적 사항만 확인하고 갔다.
아이 아빠의 차는 2일 전에 배터리를 바꿨다고 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날 당일 배터리가 다시 방전이 된 것이다. 긴급출동차량으로 오신 분이 차량 내 발전기의 고장으로 배터리가 자동으로 충전이 되지 않아서 2일 전 교체한 새 배터리의 양만큼 사용하고 차량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그때 '그 시점이 국도가 아니고, 고속도로였다면 중간에 갑자기 차가 멈추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정말 아찔했고, 너무 다행이었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긴급출동 차량에 의해 잠시 충전이 되었던 배터리 용량만큼만 차가 이동했고, 다시 멈추었다. 결국 레커차가 와서 차를 끌고 갔다.
몇 시간 뒤 딸이 "엄마! 차가 멈추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게"하면서 딸 스스로 정리한 부분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이 모든 과정을 보고 있던 딸이 '도로에서 차가 멈추면 해야 하는 행동요령'을 정리를 한 것이다.
[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멈추었을 때, 조치는?](6살 아이가 정리한 행동요령)
첫째, 트렁크를 연다.
둘째, 긴급출동 차량을 부른다.
셋째, 횡단보도 파란불일 때 길로 대피한다.
넷째, 경찰에 신고한다.
위 내용을 스스로 정리했다는 것에 나는 매우 놀랬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나는 아이로부터 또 한 번 배움을 갖게 되는 기회였다. 그날 보지 못한 주토피아 2 영화는 새해가 밝고 지난 주말에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