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였어.
얼마 전에 딸이 이모할머니 댁에서 잠을 자고 싶다고 하였다. 저녁때의 일이었고, 다음날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기에 우리 가족들은 승인했다. 이모할머니는 우리 집 근처에 살고 계시고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살고 계신다. 이모할머니 댁에서 잠을 자도 괜찮냐는 딸의 말에 이모할머니는 허락해 주셨고, 딸은 잠을 자기 위한 몇 가지 짐들을 챙겼다. 잘 때 꼭 안고 자는 토끼인형, 잠들기 전 읽을 책, 이모할머니와 같이 할 보드게임도 챙기고, 칫솔과 치약을 챙겨서 따라갔다.
그날은 이모할머니께서 김치를 담그기 위한 준비를 하는 날이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작업과 배추를 뜯어서 자르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많은 양은 아니었단다. 손이 야무진 딸은 이모할머니가 위의 두 작업을 하시는데 옆에서 도와드렸다고 한다.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모할머니와 보드게임도 하고, 책도 같이 읽고 잠이 들었고, 다음날 깨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이모할머니는 김치 담그는 일을 마무리하셨고, 우리 집에 일부를 주셨다. 너무 맛있었다. 딸이 어제 이모할머니를 도와드린 얘기를 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딸에게 "우리 딸~ 일 잘하네~"라며 칭찬을 해주었다. 딸은 뜻밖의 말로 되받아쳤다. "그거 일 아니었는데~ 놀이였는데." 딸의 말을 듣는 순간 뭔가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 그게 놀이였다니!' 배추를 뜯어서 손으로 찢고, 소금을 뿌리고 했던 것들이 놀이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놀이로 생각했었으니, 얼마나 재미있게 느껴졌을까..'
또 나를 돌아보았다. 어른들의 생각을 생각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주변에 모든 것들이 일이다.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재미있는 일이든, 재미없는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이든, 하기 싫은 일이든, 즐거운 일이든, 슬픈 일이든 모두가 일이다. 모든 게 일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되기 쉽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도 능동적이지 못하면 재미가 없어지며 하기가 싫어진다. 물론 일이어도 내가 그 일을 즐기면서 재미를 느끼고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수도 있다. '어른들도 어린이들처럼 일을 놀이로 생각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놀이의 정의가 궁금했다. 학술적까지는 아니고, 가볍게 GPT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GPT는 '놀이는 생존이나 의무에서 벗어나,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입니다.'라고 하며 1. 놀이의 핵심 특징, 2. 학문적으로 본 놀이. 3. 놀이 vs 일의 구분을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4. 한 문장 정의로 글을 마쳤다. GPT가 알려준 내용을 아래와 같다.
1. 놀이의 핵심 특징 : 보통 놀이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집니다.
가. 자발성 : 시켜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함, 강요되면 놀이가 아님
나. 즐거움과 재미 :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 이익이나 생산성이 목적이 아님
다. 규칙이 있음 :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놀이만의 규칙 존재, 규칙을 받아들이는 순간 놀이가 성립
라. 현실과의 분리 : 일상과 다른 ‘놀이의 세계’가 형성됨,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옴
2. 학문적으로 본 놀이
가. 호이징아(Huizinga) : “놀이는 자유로운 활동이며, 일상적 삶과 구별되는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 놀이는 문화의 기원이라고 봄
나. 피아제(Piaget) : 놀이 = 인지 발달의 도구, 아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함
다. 비고츠키(Vygotsky) : 놀이 = 사회성·규칙 학습의 장, 놀이 속에서 아이는 ‘더 나은 나’가 됨
3. 놀이 vs 일
※ 하지만 현대에는 게임, 스포츠, 창작 활동처럼 놀이와 일이 겹치는 영역도 많아요.
4. 한 문장 정의 : 놀이는 자유롭게 선택된 활동으로, 그 자체로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며, 일정한 규칙과 별도의 세계를 가진 인간의 기본적 행동이다.
단순히 놀이의 정의가 궁금했었는데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내가 잠깐 생각했던 '어른들도 어린이들처럼 일을 놀이로 생각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은 조금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