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그순간을 놓치지 않는 경력단절 엄마, 그 순간을 놓칠수밖에 없을 경력자

by Maytwentysix

초보엄마라, 하루하루 아이와 씨름하고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를 지내다보니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가더라.

복직시간은 다가왔고, 아이는 이제 60여일이 지났다.


복직 2주전,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는 누가 키워주기로 했냐. 라는 말이 가장 중요했더. 상사의 안부차 전화.

시어머니가 키워주시기로 하셨지만,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아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하기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고,

한창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출산휴가를 들어오기 전날, 자리 정리를 하고 인수인계를 하면서도

나는 내가 90일 뒤에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성격상 일하는 걸 좋아하고, 집 안에 있을 수 없는 성격이었고

그래서 당연히 90일 뒤 복귀해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흔들흔들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눈을 맞추고, 웃기 시작했다.

유독 잠투정이 심해서, 내가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아이가 예민한건가 자책이 들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경력단절을 원치 않았던 내게 아주 큰 쇼크를 주었다.

"너 이렇게 투정부리면, 미움받아. 늬네 엄마는 엄마니까 받아주고 달래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너 돌보면, 엄마나 할머니처럼 예뻐해주면서 달래줄 수가 없어."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다. 다른 사람이 돌보면, 까다로운 아이는 싫을 수 밖에 없다.

내 자식이어도 지나친 칭얼거림에는 화가 난다.

말이 안통하니 더더욱 지치고 짜증이 난다.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원망할 수도 없다. 나도 그 마음을 아니까. 내 아이처럼 돌봐주기를 바라지만, 그건 욕심이다.

자라나는 그 순간순간을 놓치기도 싫었지만, 아이가 천덕꾸러기가 될까봐 앞서 걱정이 되었다.


당장 갚아야 할 카드값,

바빠 죽겠어서 공백은 허락하기 힘들다는 회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대체 무엇일까.


"우리 회사는 그런 전례가 없어."


육아휴직이 없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아무도 쓴 사람이 없이 다 복직했거나, 혹은.


밤을 새워 고민했고, 생각했다.

모아놓은 돈 없이 아이를 낳은 내 탓이 가장 컸고, 내가 가장 잘못했다는 생각에 자책하게 되었다.

잠든 아이를 보면서 돈 모아놓지 못해 엄마가 미안해 소리가 절로 나왔다.


회사에서 전화가 오고, 빠르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거의 뜬 눈으로 며칠밤을 고민하고 나는 다시 회사에 전화를 했다.

"퇴사하겠습니다"


바로 그 날 사직서를 작성해달라는 메일이 왔고, 니가 원해서 하는 사직이라고 정확히 적어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분명 내 입으로 사직을 이야기 했지만, 100% 자의의 사직은 아니다.

어차피 두세달뒤에는 다시 일을 해야 하겠지만, 그 몇개월이라도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리라

타의로 인한 자의의 사직이었으나, 나는 자의의 사직임을 기재하고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백수가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래서, 애는 누가 키워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