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노을과 보니 타일러

by 새벽

보니 타일러의 'It’s a heartache'를 반복재생 시키고 퇴근길 출발 시동을 걸었다. 오후 5시 40분을 넘긴 시각에 도로 위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붉은 노을의 하늘과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달리다가 신호에 멈춰서 다시 하늘을 보니 조금 전보다는 옅은, 마치 붉은 물감을 묻힌 붓을 물통에 잠시 담갔다가 스케치북에 눌러 번지도록 놔둔 것처럼 예쁘고 잔잔한 노을이 내 주위에 맴돌고 있었다.

업무 시간 동안 쌓인 고단함은 어느새 백지가 돼 버리고 노을과 노을의 캔버스 같은 하늘, 보니 타일러의 'It’s a heartache'...... 모두가 나를 보듬어 주려고 기다린 것처럼 포근하게, 예쁘게 다가왔다.


까먹을세라, 놓칠세라 휴대폰 일정표를 빼곡하게 채우고, 탁상 달력에 메모해 둔 업무가 완결되었는지를 점검하며 줄 그어가면서 안심하는 내 모습에 준비성과 책임감이라고 정의했지만 실은 회사에서의 나는 늘 긴장의 연속 안에 스스로를 밀어 넣고 있다. 그 긴장 상태 안에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꼼꼼하다.', '철저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중간 관리자가 되고부터 꼼꼼함과 철저함을 넘어선 검열 수준이 되어 버렸기에 업무가 끝나면 녹초가 되는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앞으로 지금의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7년인데, 그때까지 나를 이렇게 놔 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의식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완급 조절을 하려고 한다.


무심코 지나쳤지만 우연히 발견한 이 예쁨이 실은 늘 있어왔지 않았던가. 예쁘게 느낄 것인지, 지나쳐버릴 것인지는 나에게 달린 것뿐이리라.

붉그스레 퍼진 노을이 자꾸만 나를 따라온다. 내가 멈추면 노을도 멈춘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고,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고 내가 나에게 알려준다.

볼륨을 조금 더 높여서 한 평 남짓한 차 안을 풍성하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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