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준 지금

by 새벽

작년에 받았던 스포츠 브랜드 상품권 사용기한 만료일이 이번 달 말일이다. 상품권을 받은 그때부터 만료일은 숙제처럼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매장을 검색해 보니 서면 롯데백화점. 버거운 숨 한 번 쉬고 복에 넘치는 고민을 해본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이유를 요약해 보자면,

1. 사람 많은 백화점, 아웃렛 매장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다녀오면 기진맥진해서 하루 일과를 더는 진행할 수 없다.

2. 구매행위(특히 의류 구매)에 대해 눈썰미도 없거니와 그 행위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종종 느낀다. 이건 가치의 관점 차이일 것이다.

3. 내가 있는 곳에서 서면 롯데백화점 까지는 내 기준으로 마음먹고 '날 잡아서' 움직여야 하는 거리다. 자가운전으로 가기에 서면이라는 곳의 도로는 정글이고, 지하철 타고 가기엔 좀 지겨운 그런 곳이다.

4.1,2,3을 종합해 보면, 난 게으른 게 확실하다.


남편은 백화점이라면 나보다 더 질색하는 사람이라 "운전 조심해서 다녀와요." 하면서 처음부터 나 혼자 가기로 한 것처럼 슬며시 뒤로 빠졌다.




분쇄기에서 커피 원두 분쇄되는 소리.

직원과 고객이 주문을 위해 주고받는 소리.

테이블에서 의자를 뺄 때 '끼익'하고 나는 소리.

접시 달그락 거리는 소리.

냇물 흐르듯 조용한 음악 소리.

책장 넘길 때 종이 사각거리는 소리.

마주 보고 대화 나누는 소리와 모습.

내 책과 커피가 놓인 테이블 위의 풍경.


이 모든 게 좋아서 카페에 오면 책 읽기 몰입이 더 잘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나 보다. 남편은 내가 백화점 매장 어딘가에서 열심히 운동복을 고르고 있는 줄 알고 있지만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대 방향을 백화점 가까에 있는 교보문고로 바꾸었다. 아직 오픈 시간이 안 되어 인근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 카페 안 사람들, 김 나는 커피 등을 바라보며 나만의 명상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난 백화점에 가지 않을 것 같다.

서점에 자리 잡고 앉아서 책 읽다가 또 다른 책 펼쳐보다가 생각해 둔 책 구입도 하다가 집으로 갈 것 같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서 그냥 왔어요."하고 피곤한 '척' 하며 집으로 들어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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