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우두커니 컴앞에만 앉아 있다가
나갈까 말까를 몇 번 고민했다.
나가보자, 마트에 가서 뭐라도 사오자.
시원하게 걸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아파트 동앞을 서성이는 나에게
저녁 하늘을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5월의 투명한 바람 한 줄기가
지끈이던 이마 끝을 스쳐가며
마음속 묵은 안개까지 거둬간다.
하루 내내 잿빛이었던 내 마음은
바람 하나에 스르르 녹아내린다.
말도, 이유도 필요 없는 순간.
그저 자연이 건넨 한 줌의 위로가
내 안의 무거움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간을 딱 맞춘 듯한 기분 좋은 바람이
나에게 계속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