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쌍의 부부 중 과반수는 '이것' 때문에 이혼했다.
우리는 연인관계에서 다툼이 있을 때,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사랑만으로 서로가 마냥 예쁘고 멋져 보이는 시기가 지나면, 다른 점들이 하나씩 부각되기 시작하며 갈등을 빚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때 떠오르는 하나의 질문은, 과연 연인 관계에서의 다툼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는 것이다. 실제로 거슬리는 점들을 하나둘씩 담아두다 보면, 상대와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나타내듯, 심리학자들이 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통해 우선적인 견해로 보고 있는 점은 갈등이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관계를 자라게 하고 윤택하게 하는 점은 갈등의 부재가 아닌, 갈등의 능숙한 관리와 대처다. 과연 이 경향이, 연인 관계의 끝이자 최종 목표이기도 한 결혼생활에서도 적용될까?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 중 우리가 흔히 아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이혼에 관해 연구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비교적 낮은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혼율이 더 높고, 결혼 스트레스가 더 높았다. 또한 결혼 전 아이를 가질 경향이 더 많았으며, 평균 자녀의 수가 더 많았다. 낮은 사회적/경제적 지위는 우리의 삶과 연인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과제들을 노출시킨다. 이는 낮은 경제력이 적은 자원, 더 많은 건강 관련 문제, 낮은 교육 수준, 적은 여가 시간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균 소득이 낮은 지역 여성의 25%가 결혼 5년 후 이혼을 택했다고 한다. 이는 중간 소득 지역의 수치인 20%, 고소득 지역의 15%와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돈이 평탄한 결혼 관계를 보장해주지는 않더라도 명백히 손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혼 관계의 지속성과 갈등에 관한 연구를 위해 1981년 결혼한 168쌍의 커플들을 지속적으로 트래킹 해온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이는 PAIR (Processes of Adaptation in Intimate Relationships, 친밀한 관계의 적응 과정) 프로젝트라고 불리며, 현재는 처음의 반도 되지 않는 수의 부부들만이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세 가지 ‘이혼 예측 변수’를 추론해내었는데, 각자의 요소를 부부들에게 적용해 이혼율을 예측하였다.
첫 번째는 '지속 역학 (enduring dynamics)', 즉 계속되는 고질적인 문제의 발생이다. 쉽게 말해 연애 때의 문제가 결혼까지 이어졌을 때 이혼율이 더 높았다는 뜻이다. 예시로 연애 때의 흡연, 연락 두절, 책임감 회피, 혹은 신뢰 저버림 등의 문제는 바꾸기 어려운 점이기 때문에 결혼 후 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두 번째는 ‘응급 고난 (emergent distress)’, 즉 결혼해야만 발생하는 깊이 있고 무거운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대부분 결혼 초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후에 발생하는 육아, 상대의 부모님, 재산 문제, 지병 등의 문제는 관계에 있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목구멍 속 깊은 가시와 같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요소를 반영하는데, ‘환멸 (disillusionment)’ 이라고 불리며 그 단어 자체를 증명하듯 시간이 지나고 로맨틱한 사랑이 줄어듦에 따라 서로의 실체를 마주하며 실망감이 늘어남을 뜻한다.
이 PAIR 프로젝트에서 추론한 첫 번째 예측 변수인 ‘지속 역학’ 모델이 보여주는 결과는, ‘결국 이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던’ 커플들은 실제로 서로 덜 사랑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결혼 생활이 시작했을 때부터 애정을 덜 표현했고, 서로를 향해 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연애에서부터 이어진 서로를 향한 의구심과 어려움이 결혼 생활에까지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그러나 이혼율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던 건 두 번째 변수인 ‘응급 고난’ 모델이었다. 결혼 후 발생하는 큰 문제들을 마주했을 시기인 첫 1년간 몇몇 커플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아졌으며, 이들의 이혼율이 실제로 가장 높았다. 결혼 생활이 시작했을 때 눈에 띄게 애틋하고 다정했던 이들도 그 사랑의 ‘마법’이 사라졌을 때, 몇 년 후 높은 이혼율을 보였다.
물론 결혼을 제약하는 점과 따져야 할 점은 무수히 많겠지만, 몇 가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내가 나에 대해 알고,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며, 관계를 ‘우리’로서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 더욱이 그 상대가 앞으로의 여생을 계속해서 함께할 거라 생각했던 내 아내/남편이라면 - 굉장히 힘겹고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시간을 들여 상대를 과도하게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연습을, 내게 꼭 맞는 완벽한 애인이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심리학신문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5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