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행동 대처 가이드 : 이해와 전환

발달지연·자폐 스펙트럼 아동 부모용

by 우리의 모든 순간
상동행동,
불안한 부모의 마음에 건네는 말


반복적이고 고정된 행동을 일컫는 상동행동(stereotyped behavior).

부모에게 그것은 종종 불안의 첫 신호로 다가옵니다.


보통 2~5세 사이에 나타나며, 아이가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또는 상상에 몰두할 때 주로 나타납니다. 어떤 순간에는 멈추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빈도와 강도가 또래보다 훨씬 두드러져,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학습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손을 펄럭이거나, 자동차 바퀴만 뚫어지게 돌리거나, 문을 계속 여닫는 모습 등은 부모의 걱정을 키우는 대표적인 행동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부모의 마음에 무거운 질문을 남깁니다.


“다른 아이들은 안 하는데, 왜 우리 아이만?”

"이건 자폐라서 그런 걸까?"


마트에서, 놀이터에서, 유치원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마다, 부모는 속으로 수십 번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싶어 집니다.

그러나 아이는 멈추지 않습니다. 어쩌면, 멈출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상동행동은 발달 초기 아동에게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단순히 병리적 신호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Leekam et al., 2011,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반복 행동은 감각 조절, 불안 완화, 규칙성 유지 등 아동 나름의 기능을 가질 수 있다.” (Bodfish et al., 2000, JADD)


즉, 상동행동은 단순히 없애야 할 '이상한 행동'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그것은 낯선 세상을 견디게 하는 작은 방패일 수 있으며,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할 일은 "당장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패가 무엇을 막으려는 것인지, 그 신호가 무엇을 알리려는 것인지 귀 기울여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 모든 것의 핵심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 기록 → 분석 → 개입 순으로.

• 몸과 마음이 지쳐서 여유가 없다. → 전문가 상담을 통해 나의 몸과 마음을 먼저 살피기




왜 상동행동이 나타나는가?


(1) 불안 완화

낯선 환경이나 과도한 자극 속에서, 아이는 반복 행동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킵니다.

손을 펄럭이거나, 몸을 흔드는 모습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자기 위로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Joyce et al. (2017)은 “반복 행동은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2) 감각 추구

빛, 소리, 촉감, 냄새… 아이의 뇌는 특정 감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예를 들어, 손을 펄럭이며 시각적 잔상을 즐기거나, 특정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3) 예측 가능성 유지

세상은 늘 변하고, 불확실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상동행동은 아이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방법일 수 있고, 불안을 덜어주는 안전망일 수 있습니다.


(4) 의사소통의 대체

언어가 부족할 때, 행동이 곧 말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은 “불안하니 다시 확인하고 싶어”라는 메시지일 수 있고,

줄 세우기를 통해서는 “이 질서 안에서 나는 안정감을 느껴”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5) 자동적 강화 또는 회피

응용행동분석(ABA) 분야에서는 상동행동을 ‘자동적 강화’ 또는 ‘회피’의 기능으로 설명합니다.

즉, 아이는 행동 그 자체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얻거나(자동적 강화), 하기 싫은 과제나 상황을 피하기 위해(회피) 반복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할 일: 관찰과 기록


억누르기보다, 먼저 이해하기가 출발점입니다.

상동행동은 단순한 '이상 행동'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이 흘러나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신호를 알아차리려면, 부모의 차분한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전문가와 상담 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기록 과정이 번거롭고 지칠 수 있지만,

아이의 반복행동을 이해하고, 맞춤형 개입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부모의 기록은 가장 소중한 첫 자료가 됩니다.


작은 공책을 두고 아래의 질문에 따라 기록해 보세요.

예시) '5월 2일 3시,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자동차 바퀴만 10분간 돌림. 소음이 많고 사람이 많았음. "그만!"이라고 말하니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멈추지 않음


언제 가장 자주 나타나는가? (낯선 환경, 피곤할 때 등)

무엇과 연결되는가? (빛, 소리, 사람 많은 상황 등)

얼마나 지속되는가?

• 멈출 수 있는가, 아니면 끝까지 고집하는가?


Kasari et al. (2010)은 부모가 남긴 이런 기록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개입 전략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 자료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입 전략: 억제 대신 전환


상동행동은 무조건 막기보다는 안전하게 전환하고 확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부모는 인내심과 반복되는 시도에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모든 경우가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심각한 상동행동이나 자해 행동이 지속될 경우에는 반드시 영상 및 관찰기록을 정리하여, 전문가(행동 치료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가 대체 행동을 성공했을 때는, 작은 칭찬이나 포옹, 간식 같은 긍정적 보상이 필요합니다.


1. 안전 확보

머리 박기, 자해 행동처럼 위험한 경우즉시 차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해한 행동은 억지로 막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2. 대체 행동

반복 행동을 놀이와 상호작용으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이때, 대체 행동은 반드시 원래 행동과 완전히 일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은 아이가 가장 오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놀이를 중심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성공이 나올 때마다 긍정적 보상을 주고,

점차 그 놀이를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확장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1) 손 펄럭임 → 풍선 치기, 종이비행기 날리기, 천 조각 흔들기, 리본 막대 흔들기

- 대근육 발달+사회적 놀이

2) 제자리 빙글 돌기 → 음악에 맞춰 춤추기, 훌라후프 돌리기, 트램펄린에서 뛰기

- 신체 조절+리듬감

3) 줄 세우기 → 블록이나 레고로 패턴·도형 만들기, 색깔별로 분류 놀이

- 인지+분류 능력

4) 돌리기 집착 → 팽이 돌리기, 율동 놀이(손 돌리기 안무), 물레방아 장난감 활용

- 운동 협응+상호작용

5) 같은 질문 반복 → 그림책이나 사진을 활용해 “이건 뭐지?” “다음엔 어떻게 될까?” 대화 확장

- 언어+대화 확장

6) 소리 집착 (예: 특정 소리만 반복해서 듣기) → 리듬 악기, 드럼 두드리기, 다양한 악기 소리 비교하기

- 청각 탐색+ 음악적 리듬

7) 빛 집착 (불빛만 응시하기) → 손전등으로 ‘빛 따라가기 놀이’, 별자리 스티커 붙이고 이야기 나누기

- 시각 주의 집중+상상력

8) 톡톡 두드리기 행동 → 탁구공 튕기기, 북 두드리기, 손뼉 치기 리듬 게임

- 리듬 감각+상호작용

9) 문 열고 닫기 → 반찬통 열고 닫기, 블록으로 문 만들어서 놀이하기(ex, "엄마 문 열어줘~" )

- 역할 놀이+의사소통


3. 시간·장소 제한하기

“자기 전 10분은 네 마음대로 해도 돼.”

행동을 허용하는 시간·공간을 정해주면, 상동행동이 일상 전체를 잠식하지 않습니다.

+) 단, 모든 아이에게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기질과 발달 수준에 맞게 조율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하면 수용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4. 환경적 요인 다루기

아이의 상동행동은 종종 환경 속 자극 때문에 강화되거나 악화됩니다.

이럴 때는 행동 자체를 억누르기보다,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1) 과도한 자극(Overstimulation)

- 시끄럽거나 빛이 강한 환경에서는 자극 과부하(Overstimulation)가 생깁니다.

• 예) 마트, 놀이동산, 유치원 행사처럼 소리·빛·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상동행동이 심해짐.

• 대처

- 조용한 공간으로 이동해 아이가 감각을 재조정할 수 있게 하기

-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모자, 선글라스 등 감각 차단 도구 활용

- “지금 너무 시끄럽지? 5분만 쉬고 다시 가자.”와 같이 상황을 언어로 설명


2) 과소 자극(Understimulation)

- 지루한 환경에서는 상동행동이 일종의 '시간 때우기'가 됩니다.

• 예) 기다리는 시간, 장거리 이동, 수업 중 쉬는 시간처럼 지루할 때 상동행동이 증가.

• 대처

- 작은 장난감(팽이, 손 감각볼 등)을 미리 준비해 대체 행동으로 연결

- 짧고 간단한 게임 제안 (예: “엄마랑 몇 초 동안 눈 마주치기 놀이할래?”)

- 아이가 지루함을 표현할 수 있는 신호(그림 카드, 손짓)를 가르쳐주기


3) 예측 불가능한 상황

- 일정이 갑자기 바뀌거나 새로운 상황이 오면, 불확실성 때문에 상동행동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 예) 일과가 바뀌거나, 새로운 환경(여행, 새로운 수업)에서 상동행동이 급격히 심해짐.

• 대처

- 시각 일정표(사진·그림으로 하루 순서 보여주기) 제공

- 변화를 미리 설명 (“오늘은 평소랑 다르게 3시에 병원에 갈 거야.”)

- “바뀌었어도 괜찮아, 다음엔 이걸 할 수 있어.”라는 확신의 메시지 주기


4) 피로·배고픔 등 기본 욕구 충족 안 됨

- 단순한 요인도 상동행동과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 잠이 부족하거나 배고픈 상태에서 상동행동이 과도하게 나타남.

• 대처

- 일정한 수면 루틴과 간식 타임을 지켜 안정감 제공

- 행동 전에 “지금 졸려서 그래. 10분만 쉬자.” 하고 부모가 원인을 짚어주기

- 필요할 경우 잠깐의 낮잠, 조용한 공간, 간단한 음식으로 즉시 조율



상동행동은 불안을 달래고, 감각 균형을 맞추고, 통제감을 찾으려는 몸짓일 수 있습니다.

행동을 억지로 꺾는 것보다, 아이를 힘들게 하는 환경을 조정해 주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무조건 제지하기→'이해하고 안전하게 전환하기'

- 불안만 커지고 행동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억압된 감각 욕구는 또 다른 형태의 상동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꾸짖기/체벌하기→'불안을 더 크게 자극함'


비교하기→'아이의 강점과 노력에 집중하기'

- "다른 애들은 안 하는데, 왜 너만 그래?"라는 말은 아이의 자존감을 깊이 흔들 수 있습니다.


방치하기→'상호작용과 학습 기회 확장하기'

- 상동행동이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게 두면, 사회적 상호작용과 학습 기회가 크게 줄어듭니다.


먹을 것으로 무마하기→'대체 행동 성공 시 긍정적으로 강화하기'

- "조용히 해, 이거 줄게"라는 방식은 행동 자체를 보상과 연결시켜, 오히려 더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부모가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작은 관찰과 따뜻한 시도가 쌓일 때, 아이의 세상은 조금씩 넓어집니다.

오늘의 반복이 내일의 변화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결론: 신호에서 기회로


상동행동은 아이의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억제하기보다, 이해하고, 안전하게 전환하고,

상호작용으로 확장할 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숨에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 있지만,

아이와 부모의 신뢰와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전문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합니다.

따라서 아이의 상동행동을 가장 잘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결국 부모입니다.


“부모가 반복 행동을 상호작용으로 연결할 때, 아이는 단순히 ‘덜 이상해지는 것’을 넘어서 더 잘 배우고, 더 잘 어울리게 된다.” (Green et al., 2010, Lancet)


그리고 이 변화는 단지 ‘부족함을 메우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독특한 개성을 존중하고, 그 개성 속에서 기쁨을 발견할 때,

아이 역시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결국, 이 길의 끝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마주하게 되는 것은,

“남들과 똑같아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일 것입니다.



요약

• 상동행동은 단순 이상 행동이 아니라 아이의 신호다.

• 억제보다 이해와 전환이 핵심이다.

• 부모의 관찰과 개입이 가장 큰 힘이 된다.

• 국제 연구들도 부모 개입의 효과를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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