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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밑이 어둡다.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

by 탄주 Feb 28. 2025

     아내는 머리를 하러 먼저 살던 동네에 있는 미장원에 간다. 우리 동네보다 싸서 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비싼데도 가깝지 않은 단골집에 가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서울 변두리인 그 동네 살던 때에는 동네가 맘에 안 든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 가자고 졸랐던 터다. 아이들 학교도 있고 우리 집을 팔고 아내가 원하는 동네로 가려면 적지 않은 돈을 보태야 한다. 

 다행히 아이들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도심과 아이들 대학에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 동네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높은 곳 오르내기기 힘들다는 둥 시장이 크지 않다는 둥 동네 약점을 짚으며 다른 데로 가잔다. 그러면서 먼저 살던 동네가 살기가 좋았다며 가까운 미장원 놔두고 옛날 동네로 다니고  병원도 그 동네로 다닌다.     

 

 얼마 전 ‘동네 한 바퀴’라는 TV 프로그램에 우리 동네가 나오는 것을 보다가 커다란 시장이 나오는데 우리 집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었다.  상당히 크고 물건도 많아서 아내와 함께  가봤다. 요새 꼬막이 싸고 맛있어서 마트에 가면 그것부터 사는 중인데 시장 초입에 깔아놓은 꼬막은 얼마 전 동네 마트의 반값에 팔고 있었다. 동네 시장이나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간 천엽 생선 구이, 싸고 먹음직스러운 각종 나물 무침이 지천이다. 고등어를 사다 집에서 구우면 불맛이 안나 옛날에 연탄불에 구워 먹던 맛이 그리웠는데 구운 고등어 사다 먹어 보니 옛날 고등어구이 맛 그대로다. 요새는 볼 수 없었던 수수부꾸미도 사 왔다. 강원도 여행 갔다가 산골 시골 5일장에서 수수부꾸미를 보고 이런 데나 와야  만날 수 있구나 하고 지방 여행 가면 수수부꾸미를 샀다. 지방보다 오히려 여기가 싸고 맛있다. 

  이 시장은 전에 살던 곳과 지금 사는 곳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고 재래시장이므로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을 텐데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장 옆에 4층짜리 공용 주차장도 있어 물건을 살 때마다 500원짜리 바코드를 받아 나올 때 주차 요금만큼 하나씩 찍어 결제하면 된다. 남으면 다음에 또 쓰면 되고.     

 

선장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하는 바다낚시보다 자리 잡고 앉아서 하는 민물낚시의 조과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남의 자리가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그리로 자리로 옮겨 앉는 경우가 많으나 좋은 결과를 낸 적이 별로 없다. 손주들과 한강 고수부지 잔디밭에 돗자리 펼 자리를 찾아다니다 저쪽이 좋아 보여 가까이 가보니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기억도 마찬가지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자연인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런 체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자연인이 아니라 산에 있는 거지 아닌가?  프로그램 촬영팀은 여러 날 같이 생활하며 많은 시간 촬영하고 이를 편집하여 내 보낼 것이다. 50시간 촬영한 것 중 부정적인 것은 빼고 긍정적인 것만으로 30분 편집한 것이 우리가 보는 자연인이다. 아마도 긍정적인 것은 빼고 부정적인 것으로 편집하면 자연인은 산에 사는 거지가 될 것이고 프로그램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양쪽 모두를 알면 자연인이 그렇게 부러워할 일도 아니고 특별히 불행한 삶도 아니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가톨릭 사제나 수녀, 불교의 스님이나 비구니 들과 생활을 같이하며 50시간을 찍은 후 결혼한 이들이 부러워하도록 긍정적인 것으로 편집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편집하면 사제나 스님이 안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법륜 스님에게 “결혼 안 하고 스님이 되는 게 좋아요, 결혼하는 게 좋아요.”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거 같다. “스님이 돼도 좋고 결혼해도 좋은데 나중에 저쪽 선택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는 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마음 대로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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