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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질문

지구의 끝은?

by 탄주 Mar 11. 2025

    

손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끝이 어디야? 

할아버지: 지구 모양이 둥글게 생겼기 때문에 끝이 없단다. 

 아주 옛날,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끝이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너무 멀리 가면 끝이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단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자꾸 앞으로 나가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겠지. 

  내가 너처럼 초등학생일 때 이 이야기를 듣고 두 가지 의문이 생겼었지. 첫째는 지구는 둥글게 생겼다는데 어째서 학교 운동장은 평평한가, 호수의 면은 평면이고 산들은 험하게 솟아 있는데 어떻게 그들 전체의 모양이 둥글다고 할 수 있나.  둘째는 지구가 둥글게 생겼고 그 표면에서 사람이 사는 것이라면 그 밑에 사는 사람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첫 번째 질문은 금방 풀렸지만 두 번째 질문은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도 답답함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지. 선생님이 칠판에 원을 점점 더 크게 그린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손자: 운동장이 평평한 것은 학교 지을 때 사람들이 공사를 잘해서 그런 거 아냐?

할아버지: 사실 지구는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운동장이 평평하다거나 산이 험하다거나 하는 것은 지구 전체의 모양에 별로 영향이 없단다. 예를 들어 농구공에 박테리아가 붙어 있다면 그 박테리아에게는 농구공의 울퉁불퉁한 부분이 거대한 산들로 보이겠지. 아주 큰 곡선은 극히 일부만 보면 거의 직선이잖아. 그 작은 직선이 모여 전체로는 곡선이 될 수 있고 이해가 되지?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야. 지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전체 모양이 공처럼 생겼다면 하여튼 밑은 있을 것인데 그 밑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 

손자: 지구는 공 모양이 아니고 달걀 모양이라고 하던데요 

할아버지: 맞아. 지구는 사실 완벽한 공 모양이 아니고 극지방 쪽보다는 적도지방 쪽 반경이 약간 길다고 해. 그런데 그 긴 정도가 지구의 모양을 달걀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긴 것은 아니야. 겉으로는 잘 표시가 안 나고 자세히 측정했을 때 한쪽이 약간 긴 정도야. 지구본 본 적 있지? 지구는 그 지구본처럼 생긴 거야. 

손자: 지구 밑은 남극이라 어차피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 

할아버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런데 문제는 지구가 가만히 있지 않고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한다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구 위쪽에 있으니까 밑의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되지. 어차피 지구가 회전하면서 위에 있을 때(태양이 있는 쪽)가 낮이면 밑에 있을 때(태양 반대쪽)는 밤이니까.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은 사실 태양은 가만히 있고 지구가 하루에 한 번씩 서에서 동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야. 

  밤에는 거꾸로 있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손자: 밤 12시경은 모두 자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우리들이 거꾸로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닐까? 

할아버지: 새로 지은 어느 집에 들어가니까 거실 천장에서 사람이 걸어 다닌 신발 자국이 있던데, 그 신발 자국이 밤에 거꾸로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있어서 생긴 걸까?  그렇진 않겠지. 아마도 천정에 붙일 목재가 아래에 놓여있을 때 사람이 밟고 다닌 발자국을 지우지 않고 그냥 붙여서 생겼을 거야.

손자: 아하 지구 중력이 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구나. 

할아버지: 그렇지. 지구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거지.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설명을 들었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문제가 풀린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고 속이 답답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사람의 발에 강력한 자석이 붙어있다면 철로 만든 방안의 천장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을 수가 있겠지. 이때와 지구가 사람을 당겨서 지구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스파이더맨처럼 천장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발바닥만 천장에 붙어있고 나머지 모든 신체 기관은 아래로 힘이 작용해서 피는 머리 쪽으로 쏠려 마치 물구나무서기를 한 기분이 될 것이고 주머니 속에 있던 물건은 아래로 떨어지겠지. 그런 상태로 장시간 있는 것은 어려울 거야. 그러나 지구 밑에 있는 사람이 지구의 중력 때문에 떨어지지 않고 거꾸로 있는 것은 발뿐만이 아니라 모든 기관이 공평하게 당겨져서 위에 있을 때와 비교해도 전혀 신체상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거미 인간이 천장에서 거꾸로 있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야. 

 식물들의 뿌리는 항상 중력 방향으로 뻗으려는 성질이 있고 가지는 항상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식물들 또한 지구 밑이라 해도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단다. 

 사실 지구에서는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모든 상황이 완전히 같기 때문에 지구에서 상, 하. 좌, 우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동네 전체가 360도 회전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 거야.

할아버지: 지구가 당기는 힘(중력)은‘사과'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과 돌과 나무,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에까지 차별 없이 작용하는 거야. 좀 어렵게 말하자면 지구가 당기는 힘은 그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여 커진단다. 지구가 세게 당기는 것을 우리는'무겁다'라고 하고 무거운 것은 질량이 큰 물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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