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오 Apr 13. 2023

이주를 앞두고 있다

겨울, 제주 여행에서 돌아와 엉겁결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벌써 1년이 흘렀다. 카페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나이도 경력도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몇 번의 거절 연락. 더는 고민 않고 나이도 경력도 제한이 없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나는 1년 여의 시간을 카페에서 일했다. 첫 면접에서 받은 질문. 나보다 어린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의견. 돌려 말했지만 결국 한참 어린 사람들이 나를 가르치고, 또 그 과정에서 오가는 피드백을 기분 나쁘게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였다.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물론 어떤 면접에서나 괜찮다 말하겠지만 사실 일을 하면서 일에 대한 피드백은 당연한 것이니 실제로도 괜찮았다.


3개월 수습 기간을 힘들게 버텼다. 늦은 나이에 수습 과정을 지나는 것은 힘들기도 했지만 현재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 도움이 됐다. 초반에는 힘들다는 말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쓰지 않던 신체 부위를 사용하고, 오랜 시간 서 있거나 말을 많이 했다. 이전 직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는 일은 너무 낯설고, 어려워 실수를 연발하는 스스로가 멍청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시작과 끝까지 모든 과정 속에서 긴장을 늦추질 못했다. 면접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와 주고받는 피드백은 문제 되지 않았다. 물론 때론 감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뭐, 어떤 일에서나 그런 순간은 찾아오는 법이니까.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었다.


3달은 지나 보자. 후에도 힘들고 어렵기만 하다면 그만 두자. 몇 번을 되뇌며 봄을 지났다. 3개월이 흘렀다. 퇴근 후에는 녹초가 되었다. 일은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체력은 점점 더 바닥을 쳤다. 병원에 몇 번을 오가기도 했고, 남들처럼 코로나를 겪고 몸은 더욱 엉망이 되었다. 몇 번은 정말 그만두려 마음먹었다. 몸도 마음도 엉망인 채로 또 버티다 보니 1년이 지나 있었다. 힘들다고 했지만 일이 고된 것과 별개로 일은 재미있었다. 물론 너무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은 나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지만, 일을 하면서 나름의 성취감과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삶을 그려볼 기회도 가졌다. 오랫동안 꿈으로 간직했던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뿌듯함.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고 싶었던 것을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고마웠다. 그리고 스스로가 생각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퇴사를 했다.


이제는 이주를 준비 중이다. 여행을 위해서 찾았던 곳으로. 나이가 들면서 좋았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또 그런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고르고 즐기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삶을 꾸리고 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해, 나를 위해. 지난 1년의 시간도 그런 취향을 취합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이주 후의 삶은 지금보다 어렵고 힘들지 모를 일이다. 분명 쉽지 않을 것이란 염려와 우려가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나와 잘 어울리는 생활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확신이 있다. 물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체력. 무엇보다 체력이 문제다. 이사를 하고 정리를 하고, 또 매일을 살아가려면. 다른 이들의 이목은 상관없다. 내 삶을 꾸리기 위해 나와 가장 가까운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또 다른 생활을 그린다.


나는 매일 작게 성공하고, 꾸준히 행복할 수 있는 내일을 만들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절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