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문

by sueyon

어떤 분에게 자신의 인생에는 3개의 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문을 열 때마다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몇 개의 문이 있나 생각을 해 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수업관련으로 참가한 워크샵에서였습니다. 그 분의 생각이나 인생이 저와 비슷했기 때문에 더 크게 공감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제 인생에 3개의 문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3개로 압축하기에는 인생에 나름 굴곡이 있었는지 딱 이거다 라고 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제가 모든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해서 어떤 일이 더 크고 중요한 일인가를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는 특별히 전환점이 될 만한 일보다 그 전환점이 일어나게 한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사실 저는 아주 뛰어나거나 잘난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제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게 인복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늘 혼자서 힘들어 할 때 직간접적으로 도와 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 전환점이 생길 때마다 그런 상황이 되게 만들어 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즉, 저에게 3개의 문은 전환점이 아니라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첫번째 인물은 제 지도교수님 입니다. 제가 유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 망설임 없이 밀어 부치도록 도와주신 분입니다. 입학에 필요한 추천서도 먼저 써 주시고 학교에 먼저 구두로 말씀을 해 주시고 거기에 유학이 결정되자 조교가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신 분입니다. 그 분 덕분에 등록금 걱정을 덜었고 덤으로 강사 경력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미국에 도착한 날이 크리스마스 였는데 저희가 살게 될 아파트까지 직접 마중을 나오시고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보내 주시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빨간 모자를 쓰시고 오셨는데 작은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 같다고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저에게, 저희 가족에게 그 분은 단순히 지도교수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산타 할아버지였습니다.

두번째 인물은 미국에서 알게 된 친구입니다. 작은 아이 친구 엄마인데 굉장히 사교적이고 착하고 활동적인 친구입니다. 약간 내성적인 제 성격과 정 반대인 친구인데 제가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공부한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친구입니다. 제가 리포트나 논문 때문에 시간이 없으면 자기 집에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 챙겨 주고 아이들이 하는 활동을 모르는 저에게 이런 저런 정보를 주면서 놀러 갈 때 데려가고 심지어 제 생일파티나 졸업식 파티를 자신의 집에서 대신 열어 주는 정말 착한 친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메리칸 맘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말 좋은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도와 주지 않았다면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공부를 하고 돈을 버는 유학생활은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번째 인물은 조교를 할 당시의 제 수퍼바이저입니다. 저는 일본어 조교를 했으므로 수퍼바이저도 일본인 선생님이었습니다. 계속 말하지만 제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한 번 실수를 하면 땅굴을 파는 성격인데 처음 하는 일본어 조교였으니 실수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자격지심에 축 쳐져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고민만 하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반대로 한 번 칭찬을 받으면 고래처럼 점점 더 힘을 내는 타이프입니다. 사실 업무적인 면만 본다면 누가 이런 초짜를 가르쳐 가면서 일을 시키겠습니까만 제 수퍼바이저 선생님은 이런 저를 정말 잘 다루셨습니다. 아마도 제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늘 칭찬을 해 주시고 잘못을 지적할 때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근조근 정확하게 설명을 해 주고 제 장점을 많이 봐 주는 분이셨지요. 제가 비자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미국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가족일 것입니다. 가족이 있어서 기댈 수 있다는 사람은 행복하고 복 받은 사람입니다. 거기에 더해 가족 이외에도 가족만큼, 때로는 가족보다 더 정을 나누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커다란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재물복이나 재능이 없어도 인복이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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