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도심 속 너구리
"어머! 너구리다, 귀엽다~♡ 이거 먹고 싶니?"
대한민국 중부지방의 어느 도시하천, 한 쌍의 커플이 하천가에서 먹이를 구걸하는 1마리의 새끼 너구리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었다.
"아싸~ 이번엔 치킨이... 칫... 살점이 별로 없잖아."
치킨을 받은 너구리는 그 자리에서 치킨을 뜯어먹었다.
치킨을 뜯어먹는 이 너구리의 이름은 달이, 대한민국이라는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 국가의 중부지방에 위치한 어느 도시의 작은 하천에 살아가는 생후 4개월의 수컷 너구리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너구리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포유류, 몸길이 45~71cm. 한반도에서 번성하는 유일한 개과 동물로 대한민국의 도시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육목 포식자.
우리들은 원래 인간들의 생각처럼 야산과 들, 물가에서 살았다. 그러나 인간들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우리가 살던 산과 들, 물가를 파해치고 개발이라는 것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었고 그렇게 서식지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인간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오게 되었다.
인간들이 보기에 도시라는 환경은 우리를 포함한 야생동물들이 살지 못할 것 같아 보이지만 우리에게는 물도 있고 먹이도 있고 서식지도 은근히 괜찮다. 뭐... 인간들 말을 빌리자면 아메리칸드림 비슷한 거다. 더 살기 좋으라고...
"칫... 던져줄 거면 왕창 주지, 간에 기별도 안가네... 지나다니는 인간들의 수가 줄어드는 군, 오늘은 구걸만으로는 먹을 걸 얻을 수 없다는 건가?! 젠장... 하천으로 가서 가재나 잡아야겠다."
오늘은 수확이 좋지 않다. 맨 처음에는 황소개구리를 노렸지만 바로 알아차려 물속으로 도망쳐버리고, 지나가는 인간이 겨우 치킨 한 조각을 던져줬지만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하천을 돌아다니며 가재를 사냥해 볼 생각이다. 나는 인적이 뜸한 하천에서 물속을 뒤지며 가재를 찾아다녔다.
"젠장, 오늘따라 가재들도 잘 안보이잖아! 설마 인간 놈들 여기 사는 가재들까지 죄다 잡아가버린 거야?! 난 뭐 먹고살라고?! 그게 내 주식인데..."
오늘따라 가재들이 보이질 않는다. 이 하천에는 원래 가재는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붉은빛을 띠는 가재들이 한두 마리 보이다가 며칠 새에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나 이 하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생물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인간이 나타나더니 인간 1명이 가재를 잡아가고는 그다음 날부터 거미집처럼 생긴 걸 들고 와 내가 사는 하천의 가재들을 모조리 잡아가고 있다. 인간들의 남획 덕분에 하천의 가재수는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더러운 인간 놈들... 그 가재가 얼마나 맛있고 먹고 싶었으면 가재를 거미집 같은 도구로 수백 마리씩이나 잡아가다니... 인간들은 욕심쟁이... 엇?! 가재다! 역시 남아있었구나!"
미국가재
십각목 가재과에 속하는 갑각류로 생태계 교란생물. 본래 애완용으로 사육됐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방생되면서 국내에 정착했다. 토종 가재와는 다르게 3 급수의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산다.
나는 주둥이를 물에 담가 가재의 가슴을 물었고 그대로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었다.
"음~ 맛있다! 역시 이 맛이야... 엇! 저기도 있다! 역시 인간들이 잡아가고도 살아남은 가재들이 있었어! 오늘은 벌레로 배 채우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나는 정신없이 가재를 폭풍흡입했다. 살점이 별로 없는 치킨 1조각만 먹었기 때문에 오늘 먹는 가재의 맛은 정말 정말 맛있었다.
"응?! 저건...?"
가재를 미친 듯이 먹다가 하천에 가재의 집게발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뒤틀린 모양에 끝 부분이 가느다란 똥이 있었고 하천의 진흙 바닥에는 발톱자국이 있는 단풍잎을 닮은듯한 형태의 발자국들이 찍혀있었다.
침입자, 다른 포식자의 흔적이다. 내가 사는 영역에도 다른 포식자가 나타난 것이며 이 침입자는 조만간 나를 노릴 것이 분명하다.
"제길... 여기라면 분명 안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곳까지 오다니... 게다가 이 발자국의 모양은 분명... 그 놈이다! 하필이면 그 놈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