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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by 윤한희


물먹고, 물먹고, 또 물먹고,
그를 만나기 위해
나는 수없이 물을 먹었다.

힘들어 비틀거려도
그를 향한 일념으로
기어이 밤을 새웠다

세포 찌꺼기까지 탈탈 털어 내고
내 속이 텅 비어 있을 때야
그는 나를 허락했다

정신줄 부여잡고 그를
맞이하는 순간 나의 육신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밑으로, 밑으로, 더 밑으로
그의 손길은
마침내 그 어두운 그곳에서
목적을 채웠다

어느 순간에
영혼이 없는 나의 몸뚱어리는
내던져지고 ᆢ

이미
다른 이를 향해 있는 그를
난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행이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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