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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품들의 사계 Jul 12. 2024

불량품들의 사계

망초잎과 고양이들 117


망초잎과 고양




까불이가 새끼들과 밭에서 뒹굴면서 장난을 치고 있다. 까불이가 나를 보더니 뛰어왔다.

“나비들, 이모 따라갈래?”

“야옹! 야옹! 야옹!”     

나도 모르는 사이 고양이들을 불렀다. 계곡 위 다리가 무서워 집 마당에서 벗어나지 않던 까불이가 따라나섰다. 까불이는 언제부턴가 사방 30m 거리 안을 돌아다녔다.

새끼 두 마리까지 따라나섰다. 망초잎을 뜯으려면 집 앞 계곡 위 철망 다리를 건너야 한다.

내가 앞장서 건너다 뒤를 보았다. 까불이 식구들이 나란히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 어미 도도는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 불안하게 서 있었다.


해가 내려앉았다. 망초잎을 한참 뜯다가 갑자기 나비들이 생각나 일어서 돌아보았다. 까불이 가족들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활처럼 휘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몸을 숙였더니 허리가 아팠다. 신발에 흙이 덕지덕지 묻어 밭둑에 싹싹 비볐다. 흙을 털어내고 걸어 나왔다. “나비들 가자” 까불이 가족들이 나란히 철망 다리를 건너 내 뒤를 따라왔다.

선물 보따리들이 따라다. 하지만 걱정이다. 정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이사를 하게 되면 이 애들을 어떡할까.  

   

열린 문안으로 까불이가 먼저 방으로 쌩 들어갔다. 나는 문을 얼른 닫았다. 새끼들 따라 들어오려고 해서다. 까불이는 어디서 얻어터지고 왔는지, 왼쪽 발목에 상처가 심했다. 까불이에게 후시딘을 발라줬다. 까불이가 배를 드러내고  방바닥에서  자고 있다.

“까불이, 너 외박해도 도도에게 괜찮겄어?”

까불이는 들은 시늉도 안 하고 발로 세수를 하고 있다. 새끼들은 아빠를 부르며 방으로 들어오려고 문 앞에서 울고 있다.

“느그들은 안돼!.”

문을 열었다 세게 닫았다. 새끼들은 문 뒤에서 계속 울고 있다.

‘진짜 환장 허겠네.’

까불이와 눈이 마주쳤다.

'알았다 알았어.'

나는 문안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어이 꼬맹이들, 딱 한 시간이야! 글고 앞으로는 성길씨, 그러니까 느그 할아버지한테 놀아달라고 해라.”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새끼들은 쏟살같이 들어왔다. 어미 도도는 호두나무 아래서 발을  굴리며 울었다. 새끼들은 내 눈치를  살살 보면서 맨발로 집안을 들랑거렸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럼 신발을 사 주든가' 라고 말 하는 것 처럼 새끼들은 발을 핥았다.


해가 완전히 꺼지자 고양이들은 마당에 나가 연자방아를 오르락거렸다. 나는 달빛아래 평상에서 망초잎을 비벼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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