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가족에게 미리 쓰는 비밀 편지

프롤로그: 편지를 쓰는 이유

by 할슈타트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고향을 떠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여 대화 부족으로 오해가 쌓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편지는 가족에게 표현하지 못해 생긴 오해를 푸는 길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비밀 이야기를 꺼내어 용기 내어 미리 전하려 합니다.


2012년 일 년의 연구년(안식년)으로 충분히 휴식했습니다. 10년을 또 소진하고 33년 간의 교직 생활을 스스로 그만두었습니다. 지금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각각 15년, 6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두 아들도 3년 전 새로운 둥지를 마련해 분가했으니 자유인입니다.


조금 빨리 퇴직했어도 후회하지 않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족에게 전하지 못한 감사와 사랑을 편지로 전합니다. 제 별명은 바람입니다. 언제부턴가 바람이 좋았습니다. 색깔이 없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바람은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이 스치면 제가 가까이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십시오.

사람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말은 오래 남습니다. 나는 지금, 아직 숨이 따뜻할 때 내 안에만 담겨 있던 말들을 꺼내어 가족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이 편지는 죽음을 앞둔 고백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고, 사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건네는 인사입니다. 내가 떠난 뒤, 가족의 마음 한쪽에 이 글이 바람처럼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저, 가볍게, 따뜻하게.

바람의 이름으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