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 Aug 20. 2022

미국에서 취업하기 (2)

한국 학위는 인정될까?

사실 내가 채용 부서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라 확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조금 무책임할 수도 있어서 가능성 면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학위는 인정된다. (고 생각합니다.)


실제 미국 회사에서 그런 등급을 나눌리는 없지만 솔직히 사회적인 인식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PC 같은 거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만일 내가 엔지니어를 채용하는데 지원자가 저개발 국가 (이런 표현을 진심 혐오하지만 마땅한 대체 표현을 찾지 못했음을 양해해 주시라) 출신이고 거기서 공대를 졸업했다고 가정해 보겠다. 만일 경력자를 채용한다면 나는 그냥 해당 포지션의 지원자격에 맞는 (대부분은 학사를 요구하므로)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지만 볼 것 같다. 하지만 만일 신입을 채용한다면 해당 지원자가 졸업한 대학에서 이수한 과목들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 물론 실생활에서 이런 말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터인데 누구나 볼 수 있는 여기에 글을 쓰는 나를 나를 인종차별 주의자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변명은 경험에서 나온 생존 방식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실제 함께 일해 본 엔지니어였는데 이론적인 부분의 수준은 괜찮았지만 특히 보편적인 공학용 프로그램이나 캐드 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었고 심지어 흔한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에도 굉장히 서투른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그 친구의 학교에 공학용 프로그램을 돌릴만한 좋은 사양의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경력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안 쓸 테지만 신입이라 재교육에 필요한 투자와 리소스를 생각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산업화된 국가인 한국의 경쟁력은 당연히 대학 교육의 경쟁력과도 일치할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실제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높은 이유도 있겠지만 앞에 말한 사회적인 인식이란 면에서도 한국에서 받은 (범위를 좀 좁혀 보겠다) 공학 교육과 학위는 자연스럽게 어떤 정도의 수준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대학 교수를 채용할 때 어느 학부를 졸업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요건인데 (학부 강의를 해야 하므로) 한국에서 학부를 나오고 미국 유학을 한 후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지인들만 봐도 한국의 학위가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한국에서 최고의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미국에서 바로 취업이 될까는 다른 문제이다. 학부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면 특정 분야 (흔히 말하는 컴싸)에서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일하고 있는 전. 화. 기 분야에서는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다시 "비자" 문제로 돌아가게 되는데 미국 대학 졸업생이나 한국 대학 졸업생이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굳이 한국에서 누군가를 데려와 비자를 지원해 주면서 채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도 미국에서 푼돈 받아가며 인턴 따위는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학교의 등급이나 순위 따위에 관심이 없는 미국 회사에 취업하는 게 기회가 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공학인증을 받은 학교라면 어느 대학교를 졸업했는지보다 그 후 어떤 커리어를 쌓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는 것이지 한국에서 졸업한 학부의 사회적 인식이 미국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결국 어디서 학교를 졸업하고 어디서 경력을 쌓았는지보다 어떤 경력을 쌓았고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물론 어디서 학교를 졸업했는지가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능력이 있다면 기회는 있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미국에 취업에 성공한 (전부 한국인의 경우는 아지만 주위에서 본 경험에 기반한) 케이스들을 몇 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테슬라에 채용된 케이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다가 미국 지사 또는 미국 본사로 이동한 케이스

미국 주재원으로 왔다가 눌러앉은 케이스

미국에서 포닥을 한 후 교수나 연구원으로 또는 기업체에 취업한 케이스

기술 이민 형식으로 영주권 취득 후 취업한 케이스


결론은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이라면 미국에서 취업하기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대우를 받을지는 다 다르겠지만...)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에서 학부 콤플렉스 (쓰면서도 이 말이 좆같다고 생가한다. 왜냐면 나도 아직도 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니까...)를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미국 취업에 도전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성공한 경우도 많이 봤다는 것이다. 어쩌면 미국 대학을 졸업한 것보다 나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당연히 미국에도 대학에 대한 인식들이 있는데 한국 대학에 대해서는 아예 선입견이 없으니 말이다. 


- 에필로그 -

미국인 신입 엔지니어들과 일해 왔고 이번 주만 해도 2명의 신입 엔지니어를 교육했다. 내가 사는 주가 한국만 하니까 한국으로 치면 - 정말 싫지만 쉬운 설명을 위해서 이 표현을 사용한다 - 인서울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주였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들 알 것이다. (그냥 평범한) 미국 대학에서 얼마나 쳐 놀고 현재 미국에서 얼마나 취업하기 쉬운 지도 알 것이다. 거기에 한국은 군대까지 다녀온 우수한 인재들이 신입으로 들어온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냥 비교 불가이다. 요점은 경쟁력을 보증할 수 있는 이력서의 경력란을 채우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에서 아이들과 캠핑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