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천사들의 민낯
"후배가 재가될 때까지 태운다."는 간호사 세계에서의 태움 "갑"질
간호사들의 태움 "갑"질 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생각한 단어는 간호사들의 열정이였다. 우리들 마음 속의 간호사에 대한 이미지는 흰 가운을 입고 생명을 살리려고 밤잠을 설치는 고귀한 모습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1만 여명이 넘는 20-30대 젊은 간호 여성들이 한국을 떠나 머나면 나라 독일에서 삶을 일궜다.
"엄마, 제가 돈 벌어서 꼭 빛 갚아 드릴께요.", "누나가 너희들만은 꼭 대학에 보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이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동생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혹은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비행기에 몸을 싣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독일 교민 1세대들이다.
1961년 우리나라와 독일은 경제기술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기술협력과 차관 공여와 함께 광부, 간호 인력의 파견이 진행되었다. 이들의 진출은 이에 따른 것이다. 간호사들이 맡았던 업무는 주사나 투약 등의 업무뿐 아니라 환자 목욕 등의 일도 했다. 거구의 독일인들을 상대로 한 간병 업무까지 담당했고 이들이 매달 보낸 외화와 이들을 볼모로 얻은 차관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발전 시키는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한국간호사들은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칭송이 자자했다. 소수 이주민이었지만 특유의 강인함으로 독일 정부의 강제소환에 맞서 체류권을 획득하고 우리나라와 달리 무료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하여 의사, 교수, 예술인, 외교관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도 했고 다른 국적의 남성과 결혼해 독일에서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처우도 미흡하다. 그럴수록 간호사 상호간에 존중하고 협력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일해야 한다. 그런데 "후배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 "갑"질 이라니 황당하다.
서울아산병원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 마지막에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자 기댈 수 있는 버팀목과 같은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썼던 고 박선옥 간호사는 "6개월간 매인 서너 시간의 잠만 자고 끼니를 걸러 가면서 정말 꾸준히 노력했다. 무려 13kg이 빠질 정도로..."라는 유서를 남기고 2018년 2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8년 5월 1일 노동자의 날을 맞아 '직장갑질 119"가 뽑은 "갑"질 중 간호사 사회의 군기 잡기 문화인 태움이 언급됐다. 이 사례로 "업무를 지시한 다음 중간에 3-4번씩 불러내 다른 업무를 시키고 시간 내에 업무를 마무리 하지 못했다고 혼을 내는 "태움"을 당하던 피해자는 입사 3일째부터 당한 "태움"을 견디다 못해 두 달 만에 살이 7kg이나 빠졋다."하고 "그만 둘 거면 빨리 그만둬라", "너는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줘어 팰 수도 없고", "출근시간이 늦으니 3시간 먼저 나와라", (모니터 화면을 보며) 이게 눈에 안 보이냐? 눈까를 빼서 씻어 줄까?", "저한테 좀 맞으실래요? 왜 하라는 데로 안해?" 등의 폭언도 일삼는다.
이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