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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회의에 들어가고, 이메일을 확인해야 할 그 날, 나는 잠수를 탔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속이 너무 안 좋아서요. 급히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병원에 가지도 않았다.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흘려보냈을 뿐이다.
이메일에도, 메신저에도, 전화에도 답하지 않은 채 하루, 이틀... 점점 시간은 흘러갔다.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머릿속은 복잡했다.
'왜 못 가는 거지? 그냥 가면 되는데...'
'이제 어떻게 설명하지?'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어.'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되었다.
최초의 거짓말에 또 다른 거짓말이 덧붙여졌고, 핑계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이게 문제를 키우는 길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벽에 부딪혔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나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칭찬하고, 친구들이 노트를 빌려가고, 면접관들이 이력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
명문대를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고,
유망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경력을 쌓아가던 사람.
한 마디로, 흠잡을 데 없는 '프로 모범생'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이미 해본 일들인데, 내가 못 할 일들이 아닌데, 왜 자꾸 미루고 피했을까?
이런 패턴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위기를 맞은 적은 없었다.
무엇이 나를 계속해서 회피하게 만드는 걸까?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했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어떻게? 누구한테 얘기하지?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다.
당장 회사에는 어떻게 가지? 도움이 필요하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네이버 지도에서 심리상담소를 검색했다.
상담소로 가는 내내 떨렸다.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타인에게 내 상황을 얘기하는게 처음이었다.
이걸 하고 나면 회사에 가서도 말할 수 있으려나.
상담사에게 말했다.
"제가 N일째 회사를 안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