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나니 빛이 들어왔다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고요한 순간들은 제게 마음의 여백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요 속에서
먼지처럼 숨어 있던 감정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고 저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이제는 우리를 털어내 달라고요.
그래서 저는 마음을 정리하기 전에
집 안을 하나씩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물건들,
추억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옷과 신발, 이제는 저를 웃게 하지 않는 작은 소품들까지.
그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제 안에 남아 있던 미련과 불안,
두려움과 기대의 흔적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기억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것들을 조용히, 그러나 주저 없이 내보냈습니다.
그 일은 저에게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에 남아 있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집을 비우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동안
마음이 한결 맑아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환한 빛과
좋은 일들이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물론 언젠가 새로운 물건을 들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생각해 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저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살아가겠다고요.
사물이 아니라
제 삶의 모든 선택들을 말입니다.
충동이 아닌 기쁨으로,
습관이 아닌 사랑으로
선택하며 살아가겠다고요.
알고 보니 집을 정리하는 일은
곧 마음을 정돈하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좋지 않은 감정들도
물건처럼 쌓아두지 말고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슬플 때는 슬픔을,
기쁠 때는 기쁨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어린 시절처럼
그렇게 다시 살아가는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날 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샤워를 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가벼워졌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빠르면 며칠,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새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마음과 낡은 생각들도
때로는 새로워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이
5년 뒤, 10년 뒤에도
모두 그대로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남겠지요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의 또 다른 나를
환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일일 것입니다.
밤이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하루의 끝에서
잊고 지냈던 관계와 습관들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고쳐야 할 제 모습들을 돌아봅니다.
불안과 두려움,
수치심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도
모두 제 일부임을 인정하며
그 감정들을 천천히 다독였습니다.
일상 속 사소한 행동들 역시
그 순간 최선이었고
그 모든 것들이
참 기특한 일들이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은 격려의 말,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배려,
그리고 희망을 건네는 마음들.
그 모든 것들은
어딘가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맡겨 두었던 소망들도
언젠가는 다시
꽃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조금 더 새롭고,
조금 더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삶은 우리가 하루하루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길로
우리 곁을 돕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 곁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행복을 위해 머무르는
작은 천사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믿음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오늘도 행복하게 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
모든 길 위에 서 있는 우리들,
앞으로도 계속 계속 행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