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설레게 했었는지

by 행운의 여신


이사를 한 뒤로 일 때문에 예전보다 버스를 탈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운전할 때는 보지 못했던 작은 풍경들이 창밖을 스쳐 지나갑니다.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은

마치 한 장면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그 찰나의 순간들을 참 좋아합니다.

스며드는 가을 햇살,

길가에 곱게 물든 나무와 푸른 하늘은

언제나 저를 감동시키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를 감동시키는 사람도, 때로는 실망시키는 사람도,
모두 다 제게는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달 전, 지인과 사소한 오해가 있었습니다.
그 사소한 오해들이 조금씩 제 마음속에서 독처럼 번져나가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문득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시안견유시(豕眼見惟豕), 불안견유불(佛眼見惟佛矣)”
돼지의 눈으로 보면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만 보인다.


이 이야기는 원래 부처님의 말씀인데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군신의 예를 잠시 내려놓고 편하게 이야기하자며 농담처럼

“대사의 얼굴이 꼭 돼지상 같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무학대사는 웃으며

“전하의 얼굴은 부처님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대꾸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태조가

이에 의아해하자,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입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생각했습니다.
‘혹시 나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상황 만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다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돌이켜보니, 저는 제 감정의 색으로만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친구의 말도, 타인의 행동도 어쩌면 그들의 진심이 아니라 제 안의 불안과 피로가 비친 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얼마 후, 저는 사람들에 대해 덧씌워졌던 색을 하나씩 지웠습니다. 그분에게는 특별히 마음속으로 행복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분을 마주치게 되었을 때, 먼저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그 웃음은 제 하루의 풍경을 한층 더 밝고 따뜻하게 물들였습니다. 이해의 문을 열자 제 행복의 세상도 다시 활짝 열렸습니다.



저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많은 분들이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라고 말씀하시지만,
그 말의 의미를 마음 깊이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머리로 계산하는 사랑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사랑이 다르듯,
행복 또한 내 생각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아름답게 바꾸려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곁에는 언제나 행복이 머물러 있습니다.

누군가 무례하게 굴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보이는 부족함조차 부끄럽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 제 자신이 고맙고, 삶이 이끄는 모든 인연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버스를 타고 오가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이야기들이 피어납니다.
버스가 늦어 약속에 늦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속상했을 일들이지만, 요즘은 그냥 웃음이 납니다.

‘괜찮아, 잘될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오늘도 최선을 다했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제 마음을 보듬습니다.

그리고

삶이 주신 선물 중에 하늘과 바다를 떠올립니다.
한 번도 같은 적 없는 구름과 하늘의 조화,

붉게 물든 바다의 노을과 핑크빛 구름의 아름다움을..
작고 소박한 행복이 거기에도 있으니까요.

오늘도 저는 제 마음의 얼굴을 반짝이게 닦고 있습니다. 어딜 가나 행복이 찾아올 수 있도록이요.
누군가에게는 차가운 전쟁터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여행일 수도 있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만을 볼 줄 아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한다면 모든 곳에서 행복은 찾아올 것입니다.


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다는 사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제 마음을 바꾸는 일임을
오늘도 다시금 느낍니다.

이전 23화마음 맞춤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