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조금은 사치스럽게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by 행운의 여신


2026년이 성큼 가까워진 요즘, 문득 더 늦기 전에 제주도를 제대로 사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던 작은 행복들을 하나하나 모아보고 싶었고, 그 시작으로 자동차를 장기 렌털하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렌털한 차를 집 앞까지 직접 가져다주는 모양입니다. 세 분이 오실 줄 모르고 한 분께만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을 건넸는데, 괜찮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그 미소가 이상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두드렸습니다. 차를 인도한 뒤돌아서는 그분들의 뒷모습에도 잔잔한 웃음이 묻어 있는 것을 보니, 며칠 전 어머니와 나누었던 통화가 문득 떠올라 괜히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그 순간의 분위기가 사진처럼 마음속에 새겨졌습니다. 그리운 과거의 소중함이 조용히 어깨를 건드리는 듯했습니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 있어도 행복을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는 거였지.'

그 말이 제 등을 다정하게 밀어주었고, 저는 옷을 갈아입고 곧바로 드라이브를 나섰습니다. 시동을 걸고 천천히 길 위로 들어서자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 한편에서 조용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무엇을 향해 이렇게 급하게 달려가고 있었지?’

뚜렷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 질문만으로도 마음이 잠시 멈춰 서는 듯했습니다.

조금 더 달리자 제주 풍경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은빛 굴락을 이루며 길가를 장식하고, 구름은 한라산 위에 걸터앉아 한참이나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듯했습니다. 그 여유로운 풍경은 마치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하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무엇을 채우려 그렇게 바삐 살아왔을까요. 이미 저로서 충분한 사람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느라 제 마음의 여백을 잃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앞을 살짝 벗어난 드라이브였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구름과 눈을 맞추고, 단풍에게 인사하고, 가까운 마트에서 과일을 사고,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 불렀습니다. 소박한 순간들이 몇 시간을 금세 흘려보내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순간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만큼 행복했습니다.

저는 남들이 문제라고 말하던 인생의 굴곡들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가족이 상처받을까 싶어 하고 싶은 말을 삼킬 때가 많았을 뿐이지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굴곡들은 오히려 방향을 틀어야 할 때를 알려주는 조용한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쁨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씨앗들이 결국엔 제 삶의 해답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이제 걱정이란 존재가 다가와도, 차에 올라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달려가 그 걱정을 내려놓고 돌아올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인생이 제가 바라는 대로만 흐르지는 않겠지만, 따뜻한 생각의 씨를 뿌리면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마 지금의 상황들은 제가 흘려보낸 생각들의 결과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아니, 이제부터는 제 마음을 더 사치스럽게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행복을 아끼지 않고 느끼고, 울고 싶은 날에는 마음껏 울고, 기쁜 날에는 마음이 허락하는 만큼 웃어보려고 합니다. ‘행복의 모양’은 언제나 다르지만, 그 다름마저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분명 행복이겠지요.

맑은 물 위에 살포시 띄워진 제 삶은 어느새 한 편의 글이 되었고, 그 안에서 긍정의 씨앗들이 조용히 자라나고 있습니다. 마음에 사치를 부리기로 한 오늘, 제게는 참 좋은 날입니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제 마음을 사치스럽게 대접하며
제가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비록 흔들릴지라도, 결국 행복을 다시 선택하고 있는 지금의 제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오늘도, 그리고 바라건대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고마운 마음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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