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by 행운의 여신


웃고 있는 얼굴,
잘 흘러가는 하루,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는 이유 같은 것들.

행복은 분명해야 하고, 선명해야 하며
무언가를 성취한 뒤에야
비로소 허락되는 보상 같은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아주 평범한 오후에
이유 없이 마음이 놓이는 순간을 만났습니다.

말을 많이 섞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앉아 있던 날.

각자의 컵에 담긴 온기가
천천히 식어가는 시간 동안
우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고,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날의 공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나 자신을
단 한 번도 몰아붙이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불안한 마음을 굳이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떠올렸습니다.
아,
이것도 행복일지도 모르겠구나.

사주에서는 사람마다
타고난 기운의 균형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누구는 불처럼 뜨겁고,
누구는 물처럼 흘러가며,
누구는 흙처럼 버티고,
누구는 쇠처럼 단단하고,
누구는 나무처럼 자라난다고요.

그리고 누구나
부족한 기운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 결핍은 삶 속에서
반복되는 불안으로,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란 이름으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 듯 하지만
우리는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
괜히 마음의 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앞서가거나 뒤처질 필요도 없어지는 순간.
그 사람은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데도,
나는 그 곁에서
자꾸만 편안해집니다.

행복은 새로 얻는 감정이 아니라
잃어버렸던 균형을
다시 찾아오는 일이라는 것을.

크게 웃지 않아도 괜찮고,
대단한 하루가 아니어도 충분한 것.
누군가의 곁에서
내 속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작은 확신을 얻는 일.

그 조용한 안심이
하루를, 삶을,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런 편안한 만남의 이름은
설렘이나 운명보다는
‘행복’에 더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눈부시지 않아도 좋고,
소란스럽지 않아도 괜찮은 행복.
다만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곁에 머무는 감정.

이유 없이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행복해질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충분히 애써온 당신에게
삶이 건네는
아주 작고, 다정한 선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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