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유난히 조용합니다.
마음이 먼저 하루를 마감한 듯,
나의 생각보다 한 발 앞서
고요 속으로 들어가 앉아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 스스로를 다독이며
여러 번 숨을 고른 탓이겠지요.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아직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되뇌어 보았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문득 느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을요.
견뎌낸 시간의 결,
흘리지 못한 감정의 무게,
그리고 끝내 놓지 않으려 했던 의지가
조용히 쌓여 만들어진 것임을요.
오늘 밤 느낀 이 ‘단단해진 마음’ 마음만큼
내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세상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일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보려 합니다.
붙잡고 있던 생각들,
끝내 정리되지 않던 감정들까지도
오늘 밤만큼은 잠시 옆에 내려두어도 괜찮겠습니다.
따뜻한 이불속에 몸을 맡기듯,
고요한 밤의 품에 마음을 기대어 봅니다.
이미 충분히 애써왔으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저는 여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깊이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누군가는 스쳐 지나갈 풍경 속에서
나는 작은 빛을 발견하고,
사소한 온기를 기억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릴 테니까요.
그것은 상처받기 쉬운 약함이 아니라,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아주 드문 능력이라 믿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렇게 말해보려 합니다.
나는, 남들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볼 줄 아는
특별한 행운아라고
나의 오늘은 충분히 의미 있었고,
내일은 다시 시작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조금 편히 쉬어보려 합니다.
나의 밤이 따뜻하고 깊으며
아무런 흔들림 없이 고요하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