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의 끝,
문득 떠오른 사람은 엄마였습니다.
마음이 고단한 날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유 없이 울컥해지고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올 때,
엄마의 품이 간절히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혹여 걱정하실까
“엄마, 저 힘들어요.”라는 말 대신
그저 보고 싶다는 말로 포장하고
무작정 시골집으로 향했습니다.
1박 2일, 길지 않은 시간,
시간에 쫓기듯 서둘러 도착한 집에는
이미 해가 기울어 있었습니다.
집 안 가득 익숙한 된장찌개 냄새가 퍼져 있었고,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계신 엄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햇볕에 그을린 주름진 손등,
야무진 손끝에는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저에게 어머니의 손길은
그 자체로 사랑이었고,
그 장면은 말없이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엄마, 저 왔어요.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못 사 왔어요.
미안해요.”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 우리 딸이 와준 게 선물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진심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그저
“네가 있어서 고맙다.”
“너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라고
지금의 제 세상을 다시 밝히는
빛 같은 말이었습니다.
짧은 말 한 줄에도
한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말은 누군가를 안아 줄 수도 있고,
다독일 수도 있으며,
다시 살아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에..
지금까지 제가 사용해 온 말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표정으로 다가갔을지,
저는 얼마나 아름답고 상냥한 말을 건네며
살아왔는지 되새겨보았습니다.
제가 건넨 말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살아가게 해 주었을지,
아니면 무너지게 했을지 말입니다.
곱고 따뜻한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이 곱고 따뜻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날 밤, 저는 마음속에 한 줄기 햇살을 품고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따뜻한 밥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웃을 수 있다는 것.
아무 조건 없이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굳이 더 많은 것을 채우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그날
다시 마음에 새겼습니다.
어머니의 손길,
아버지의 툭 던지는 말 한마디,
익숙한 집 앞 풍경,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는 손길까지.
삶의 아주 작은 구석에 숨어 있는
모든 것이 사랑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버지께서 슬며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네가 없을 땐 반찬이 이렇게 많지 않아.
네가 오면 식탁이 진수성찬이 돼.
엄마 보러 자주 와야겠다.”
그때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돌아서서 곱씹어 보면
그 안에 담긴 말이 들립니다.
“보고 싶었다.”
“자주 와 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그래서 더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