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참 평범해 보였습니다.
말투도 조용했고, 옷차림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그 눈빛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눈은 어린아이처럼 맑았고,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그를 가볍게 대했습니다.
“쟤는 착하니까 뭘 해도 괜찮아.”
그를 둘러싼 시선은 무심하거나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가진 진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인생의 중심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그를 보며, 저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요. 때로는 뜻하지 않게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어떤 상황이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해요.”
그 말은 처음엔 조금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보고, 그의 태도를 느끼면서
그 말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는 세상이 반드시 공평하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착한 사람은 보상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법칙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선한 의도가 외면받고, 부당한 일이 승리하는 듯 보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오히려 이렇게 말합니다.
“삶이 꼭 공평하지는 않지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어요.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의 말은 제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무언가 나쁜 일이 생기면 세상이 저를 괴롭히는 것만 같아 억울했고,
제 계획이 어그러지면 쉽게 화가 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태도를 배우면서
저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꼭 이유를 찾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실패해도,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아도,
원하던 길에서 벗어나더라도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요즘은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이제는 삶이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새로운 가능성을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이 세상은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
우리는 늘 그렇게 이분법 속에서 세상을 재단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닐까요?
저는 종종 혼자 걷습니다.
바람이 스치고,
햇살이 부서지는 순간들 속에서
끝없이 펼쳐진 하늘은
저에게 삶이라는 본질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모든 것은 흐른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자연은 판단하지 않습니다.
모든 존재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 속에서 저 역시 점점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의 말과 시선,
세상이 정해 놓은 틀은
이제 더 이상 저를 가두지 못합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을
제 마음 깊은 곳에 저장해 두려 하기에..
우리는 때때로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합니다.
그 사람의 겉모습, 말투, 배경만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진짜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서사를 안고 살아가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실패와 용기를 품고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라는 단순한 잣대는
그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인생은 결국 경험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매 순간은 게임처럼 변하고,
때로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식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느끼고, 경험하고, 살아내야 합니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P 씨는 그런 사람입니다.
삶은 두려움의 공간이 아니라,
열린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문득 P 씨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그 맑은 눈.
진정한 힘은
그 눈빛처럼
부드럽고도 깊은 ‘수용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럴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품어야 할 마음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