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저는
제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선명히 알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채 자라다 보니
인간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실수와 오해를
자주 마주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흘려보낸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학창 시절의 한 기억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제 안에서 또렷이 숨 쉬고 있습니다.
제가 소중히 여겼던 친구와의 관계가
누군가의 사실 아닌 말 한마디로
서서히 금이 가고,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거리로 멀어졌던 일입니다.
제 이름을 빌린 거짓말이
확인도 되지 않은 채 진실이 되었고,
저는 억울함과 당황스러움 속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한 채
마음속 문장들을 조용히 삼켜야 했습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그저 가슴 깊은 곳에 머물러
작은 파문처럼 오래 흔들렸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친구는 모든 사실을 알고
미안한 눈빛을 건넸지만
그때는 이미 계절이 지나 있었고,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어색한 침묵 속에서 졸업을 맞이했습니다.
그 일을 지나오며
저는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제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였습니다.
사람의 말은 때로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흔들고,
여럿의 시선은
한 사람을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가볍게 흔드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저를 험담하고 이간질하며
제가 아끼던 편지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아이.
그 이유를 어린 저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특별히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서로에게 깊은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물던 아이들이었을 뿐인데
왜 저는 그 아이의 대상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생각합니다.
그 안에 시기였든,
이유 없는 마음이었든,
어린 시절의 미숙함이었을지도 모른다고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분명히 상처를 입은 아이였습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다르게 보게 합니다.
이제는 그 아이 역시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배우고 자라
더 단단한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조용히 상상해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나온 시간 속에
후회 한 조각쯤 품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기에
제 부족함을 돌아보며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집니다.
이제는 그 일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를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평온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됩니다.
새로운 시작, 사랑, 안정, 꿈의 실현…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 마음에도 작은 빛이 켜지는 듯합니다.
타인의 행복을 축하하는 순간,
제 안에도 잔잔한 평화가 내려앉습니다.
행복은 나누어도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마다 새삼 느끼게 됩니다.
물론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이유 없는 서운함이 스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제게 묻습니다.
“저 사람의 행복을 축하하지 못한다면,
저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 마음은 늘 같은 답을 건넵니다.
타인을 향한 축복은
결국 저를 향한 다정함이라고요.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저에게 친절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태도가
제 마음의 색까지 바꾸게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많이 흔들리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 차가울수록
조금 더 따뜻하게,
누군가 날카로울수록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 감정을 솔직히 들여다보되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사람.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싶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건네는 사랑으로 채워지고,
그 사랑은 언젠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어떤 사람은 끝내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또한 그 사람의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테니까요.
저는 제 행복을 지키면서
타인의 기쁨에도 함께 웃을 줄 아는 사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이 한마디로 채워가고 싶습니다.
“정말 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