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다
뭐든지 잘 해내겠단 생각에 완벽을 추구하다보면 시작조차 어렵다. 글 한 편을 쓸 때조차 제대로 된 글감이 떠오를 때까지 미루고, 하다 못해 옷장을 뒤집어 엎겠다는 일념 아래... 청소마저 미룬다.
어쩌면 나에게 '완벽주의'란 말은 완성되고, 그럴 듯한 결과물을 내지 못할 것 같은 나 자신에 대한 못미더움과 두려움을 합리화하기 위한 말이 아닐까? 여기에 생각이 미칠 때면 종종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다. 예전이라면 에게게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라니, 생각했겠지만 요새 뭘 시작하려다가도 종종 기운이 쪽 빠져 아무것도 못 하는 날 보면,
그래. 뱀의 꼬리라도 달려만 있다면 완성 아닌가!
이렇게 마음을 바꾸어 먹는다.
요즘 들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어져 나가는 꾸준함이다.
게시한 사진에 좋아요 수가 올라가지 않아도, 누군가 내가 찍은 영상을 보지 않아도, 깨끗하게 정리해 놓은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지 않아도, 열심히 쓴 내 일기장은 나 말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매일 매일 하는 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든 매일의 출근을 해 내는 나를 소박하게나마 칭찬한다.
이제야 몇 페이지 적기를 성공한 나의 새 일기장 사진을 첨부해 본다! 마지막 장을 마칠 때까지 열심히 써 보기로 다짐하며, 미뤄왔던 브런치 글도 시작. 자신만의 꾸준함을 실천하고 있는 모두가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