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알바 생존기
어제 패스트푸드 마감 알바를 끝내고 집에 와서, 또 생각에 잠겼다.
부정적인 생각들, 나를 자책하는 생각들로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이걸 못 하고 왔을까?
이러니 사장님이 날 더 한심하게 생각하겠지? 실수 투성이라고 생각하겠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혔다.
물론,
집에 와서 나도 일 생각 하고 싶지 않다.
집에 들어와서는 일의 스위치를 딱 끄고, 일과 분리 된 그저 나로 존재하고 싶다.
일의 자아와 나란 사람의 자아를 분리하려고 노력도 했다.
어제 알바에 가는 길에, 마치 패스트푸드점 게임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가치있는 나는 이제 두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일 하는 나는 게임 속 하나의 다른 자아인 것으로.
여러 고난들은 퀘스트고, 그러한 퀘스트를 깨면 나는 레벨업이 된다고.
게임 속에서도 진상 손님은 있으니까.
근데, 그런 다짐을 했는데도 알바 끝나고 집에 와서 생각의 굴레에 빠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오늘 "동물의 숲"이 생각났다.
동물의 숲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애정했던 게임이다.
그 중에서 도루묵씨를 아는가?
동물의 숲은 자동 저장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라, 직접 내가 나갈 때 저장을 하고 나가야 된다.
그러지 않으면 그 다음에 접속했을 때 도루묵씨의 잔소리를 듣게 된다.
알바에서 실수해서, 사장님께 혼나겠지...? 이거 하고 왔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사장님을 마치 도루묵씨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하면서, 도루묵씨의 잔소리가 내게 상처였던 적은 없다.
그냥 게임 속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니까.
물론 짜증나기는 했다. 그럴수도 있지- 싶으면서.
근데 그냥 빨리 잔소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건너뛰기 버튼을 연타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도루묵씨 잔소리 듣기 싫어서 일찍 게임 속 침대에 누워서 저장하기도 하고.
이런 나의 태도를, 알바의 태도에 적용해봐도 좋겠더라.
그 전에 실수를 했다면, 사장님 (도루묵씨) 에게 핀잔 잠깐 들으면 된다.
상처 받을 거 아니고, 그냥 다음부터 잘 하면 된다.
도루묵씨 잔소리 들을 때처럼 속으로 "늬예늬예..." 하면서 넘기면 된다.
그랬더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
패스트푸드 가게는 동물의 숲,
나는 게임 속 주인공,
사장님은 도루묵 씨 (가끔은 너굴),
그리고 일 하면서 만나는 따뜻한 사람들은 착한 주민들.
진상들은 가끔 찾아오는 지뢰 캐릭터들...
패스트푸드 알바를 하나의 게임으로 보는 나의 다짐!
과연 앞으로의 알바에 도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