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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Sep 15. 2023

도전 vs 모험

비슷 다른 궁금한 단어 s

흔히 잘 모르는 신사업 추진이나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면 두렵고 힘들게 느껴진다. 사업은 끝없이 반복적으로 밀려오는 파도타기 같은 것이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장들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두려움을 느끼는 도전의 반복과정과 그에 따른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큰 도전에는 반드시 큰 위험요소와 두려움이 있고 그 성취감 또한 크다. 우리는 이것을 다른 말로 모험이라 부른다.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座)를 한국인으로 3번째 완등한 한왕용 대장은 한 신문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모험의 본질이 사라졌다. 인공위성의 일기예보 자료를 살 수 있고, 등산 장비의 기능성도 좋아졌다. 돈만 내면 전문 산악인이 달라붙어 산소마스크를 씌운 일반 고객을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올려줄 수 있게 되었다. 제 능력은 노멀(normal) 루트로 올라가는 것 거기까지였다. 당시 어떻게 올라가느냐의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登路)주의' 바람이 불었다면 저는 산악인 축에 끼지 못했을 것이다." 


안전벨트를 몸에 감고 뛰어내리는 짜릿한 번지점프는 일반적으로 모험, 도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등반은 비록 8000m 고봉 히말라야라 할지라도 그 신선함과 성취감이 반감되어 진정한 도전으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도전이란 어려운 일, 본인이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적 능력까지 최대한 발휘해 전력 질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역사적 탐험가, 모험가들이 말하는 도전에 대한 개념이다. 그들에게 도전이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모험’이다. 모험은 성공확률이 낮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서 모험에는 언젠가 끝이 있다. 또 모험가들은 그들의 끝없는 도전속성 때문에 ‘언젠가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산악인, 탐험가들이 새로운 도전을 반복하다가 에베레스트 혹은 낯선 땅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모험은 분명 위대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모험의 공과(功課)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이 땅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 삶에서는 도전과 모험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모험은 피해 가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모험이라면 그 성공확률을 높여야 한다. 충분한 데이터 분석, 치밀한 계산과 전략, 다양한 플랜을 준비하는 등 모험을 도전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29세까지 전국의 고수들과 60여 차례의 진검승부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29세 이후 어쩐 일인지 더는 다른 유파와의 검술시합은 벌이지 않았다. 그의 무패 기록이 전설로 남게 된 것은 떨어지는 체력을 감지하고 언젠가는 다가올 칼끝을 피해 결투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도 100승 목표 같은 도전의 유혹 충동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 이런 회한과 아쉬움은 항상 존재한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단품으로 성공한 많은 벤처기업이 1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 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전과 모험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망할 성공과 모험’을 반복하다 결국 망하는 것이다. 통상 도전이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 무모한 도전, 즉 모험조차도 하찮게 보이기 시작한다. 도전과 모험은 출발점은 같지만, 도착점은 확연히 다르다. 하나는 성취, 하나는 몰락이다. 


살아가면서 모험이 필요한 때가 딱 한 번 정도 있다. 이 모험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 주어진 ‘모험’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모험은 피하고 도전을 즐겨야 한다. 탐험가에게 모험 정신은 필수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모험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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