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강제휴가, 전략적 단절의 힘 '4 Off'

근양이물노, 병기적력 (謹養而勿勞, 倂氣積力)

by 최송목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백무산의 詩 《정지의 힘》에서 나온 구절이다. 휴가(休暇)는 일종의 ‘정지’다. 일을 멈추고 한가롭게 쉬는 공백이며 지친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다.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고 사유와 성찰을 깊게 하는 시간이며, 한편으로 업무의 일부이자 법적으로 보장된 전략적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휴가는 스스로 선택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강제로 주어진 단절이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된 사례도 있다. 넬슨 만델라는 27년의 수감 생활 동안 책과 신문을 탐독하고 동료들과 토론하며 정치·역사·법률 지식을 심화시켰다. 출소 후 그는 남아공 민주화와 인종 화합을 이끌며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마하트마 간디도 여러 차례의 투옥 속에서 경전과 톨스토이를 탐독하며 비폭력 저항 철학을 체계화했고, 옥중 단식을 통해 국제 여론을 환기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구금과 연금 속 독서와 성찰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확신을 굳건히 했다. 세 사람 모두 의도치 않은 감옥의 단절을 자기 수양과 정치적 자산으로 축적하는 시간으로 전환했고, 결국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때로는 강제적 정지가 강력한 전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욕망의 불길을 잠시도 식히지 못하고 멈춤의 미학을 깨닫지 못한 지도자는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20세에 왕위에 올라 전쟁과 정복에 몰두해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지만, 개인적 행복과 인간적 성취에서는 부족했고, 장기적 리더십과 내면의 성숙에도 깊은 그늘을 남겼다.


기업 경영자에게도 강제적 단절은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1985년 애플에서 퇴출되었지만, NeXT 창업과 픽사 인수로 혁신을 준비했고, 1997년 애플로 돌아와 회사를 재도약시켰다. 하워드 슐츠 역시 2000년 스타벅스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위기에 빠진 회사를 2008년 다시 맡아 글로벌 브랜드로 재건했다. 두 사람 모두 단절의 시간을 전략적 휴식으로 바꾸어 더 큰 도약을 이루어 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부러 감옥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의도적으로 단절을 조성한다면 어떨까? 휴식과 동시에 경영철학과 비전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직과 사람에서 잠시 떨어지고(관계 Off), 업무에서 벗어나며(업무 Off), 핸드폰과 SNS를 끊고(SNS Off), 현장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거리 Off) 네 가지 단절을 전략적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때, ‘4 Off’는 영어 Vacation의 어원 Vacare(비워 두다)와도 맞닿아 있다.

드로잉 = 최송목

‘4 Off’는 단순한 단절이나 일의 멈춤이 아니다. 내면을 정비하고, 혁신을 준비하는 통찰의 시간이다. 손자병법에서도 “謹養而勿勞, 倂氣積力(잘 쉬어 피로하지 않게 하고, 기를 가지런히 하여 힘을 축적하라)”고 쉼을 강조했다.


이제 곧 추석연휴다. 단 몇 일간일지라도, 지금의 여러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확보해 보면 어떨까. 마치 짧은 단식을 하는 것처럼, 세상으로부터 단절은 인간의 유한성과 불안감을 극복하는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4 Off’는 통찰과 혁신을 위한 재충전이자, 내일을 새롭게 시작할 힘이다.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87066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거대한 침묵의 쓰나미, AI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