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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재단 May 16. 2022

코로나19 시대, 청년공간은 무엇이 될까?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청년공간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청년공간이 청년들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청년공간을 이용하는 청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공간운영자로부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서울시에도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서울특별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양천」이 ‘무중력지대’라는 이름 때문에 받았던 오해이다. 지금보다도 ‘청년공간 무중력지대’가 더 생소했을 때에 시민들은 ‘무중력지대’를 종종 과학체험공간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중력지대’는 무중력체험관이 아니라 서울시 청년기본조례에 근거해 청년들이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현재 서울시 곳곳에 6개의 무중력지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무중력지대 양천’은 2018년부터 오목교역 인근의 파란 컨테이너에서 청년들을 만나왔다.


무중력지대가 청년들을 만나는 방법은 청년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과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이다. ‘무엇이든지’ 하기 위해서는 공간뿐 아니라 함께 할 사람, 비용, 각종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중력지대에서는 문화·여가 활동,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강의, 심리상담, 주거·노동·금융 강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무중력지대 양천의 경우, 멤버십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주의 청년정책 알리미’를 매주 문자로 발송하며, 카카오톡, 전화, 센터 방문과 같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정책상담을 하고 있다. 흔히들 청년들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확한 정책명칭을 알지 못하면 검색하기 쉽지 않고, 정책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관련 용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신청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무중력지대 양천에서 올 한 해 상담한 내용 중에는 비교적 알려진 사업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참여 방법을 묻는 사례도 몇 건이나 있었다. ‘희망두배 청년통장’ 같이 지원요건이 까다로운 정책에 대해서는 본인이 신청할 수 있는지 전화로 문의하기도 하였고, 한 청년은 정장 대여사업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사업명과 신청 방법을 몰라 센터까지 직접 찾아오기도 하였다.


무중력지대에서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이와 같이 무중력지대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청년공간’으로서 존재하는 만큼 무중력지대의 가장 주요한 역할은 청년들의 활동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청년들은 무중력지대에서 비용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과 적은 비용으로 대관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하여 취미활동, 스터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감염병 확산으로 공간 활용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현재 수입이 없거나 부모님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들게 되었다. 어떤 청년들과는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처음 비대면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에는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기를 갖추지 못하였거나, 독립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참여를 어려워하는 청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감염병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지만, 청년들이 부담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되기도 했기에 우려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센터가 휴관하는 동안에는 재개관과 대관에 대한 전화 문의가 잦았다. 2021년 6월 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진행한 무중력지대 양천 멤버십 대상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으로 인한 청년공간 휴관, 대관불가 등으로 인해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입니까?(n=185)’라는 질문에 ‘여럿이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부족’이 35.7%로 가장 높은 응답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개인적인 공부/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 부족’이 27.6%, ‘외부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부족’이 19.5%로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시기에 필요한 공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n=187)’라는 질문에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46.5%로 절반을 차지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외부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17.6%, ‘온라인/비대면 회의 또는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15%, ‘정보(청년정책, 긴급취업정책 등) 취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10.7%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시기 동안 청년들이 이전에 이용했던 ‘공간’ 그 자체를 필요로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지금과 같은 시기에 청년공간이 맡아야 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할 지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년들에게 비대면 회의와 강의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비대면 프로그램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청년도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지점이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강의, 면접, 각종 모임 등이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 기기를 통해 이뤄지며 사람들은 비대면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는 듯 보였고, 혹자는 이러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정보화 시대에 걸맞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어쩌면 청년들이 이러한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세대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각종 강의와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과 화면·음성 송수신이 원활한 기기는 청년들이라고 해서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각종 회의, 취업 면접까지 이루어지는 때에 청년들의 격차는 사회 진입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며, 일부 청년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때문에 비대면 활동에 필요한 공간과 기기를 가지고 있는 청년공간에서 이런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중력지대 양천 청년정책 책자

두 번째 고민의 지점은 코로나19 시기 청년들의 정보접근성에 대한 부분이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 의외였던 것은 ‘정보(청년정책, 긴급취업정책 등) 취득을 할 수 있는 공간’에 응답이 생각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정책 지원이 어느 때보다 간절했을 수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생겨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전 무중력지대 양천에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업포스터와 정책책자가 비치되어 있어 방문하는 청년들이 오가며 관련 정보를 접하고 직원들에게 질문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휴관을 하거나 대관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니, 청년들이 정책 자체를 접할 기회가 줄었다. 이런 환경은 고립청년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 2020년도에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 같이 일할 수 없게 된 20~30대 여행업종사자들을 인터뷰하며 이들이 내일배움카드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정책을 활용하는 대부분이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대학재학 시절 학교에 부착된 내일배움카드 홍보 포스터를 보고 기억했던 것을 실직 후 검색하여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 소속 집단이 없거나 외부 자원과의 접점이 적은 청년들은 필요한 정책을 인지할 기회 자체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두 지점을 드러내는 결과가 바로 ‘코로나19 시기에 필요한 공간의 역할’에 대한 이용자들의 응답일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공간이 많은 청년들에게 이용가능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자원이나 지역자원과 이를 필요로 하는 청년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위험 속에서도 부담 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 뒤처지는 청년들이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청년공간에서 자원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책을 처음 접하는 청년 입장에서는 정책 용어가 어려울 수도, 신청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역할을 맡을 인력과 그 인력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도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


무중력지대 양천 전경 이미지


청년공간이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청년들이 이를 알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에만 해도 공공에서 운영하는 무중력지대, 오랑과 청년허브 등의 공간이 있고, 민간에서도 청년재단과 같은 공간이 있으며, 전국 각지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지만, 청년공간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대부분은 개별 개소 단위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홍보는 대체로 SNS에 국한되는데 SNS를 통한 홍보는 알고리즘이 작용하여 기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각종 청년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특성에 대한 정보를 모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청년공간들의 인지도도 높이고, 청년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청년공간들이 청년들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이 공간들이 많이 활용되어 청년들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글쓴이 오유진은

서울특별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양천에서 일하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사무처장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청년정책, 청년노동시장이다.             


※ 본 콘텐츠는 청년재단의「리얼리뷰 청년매거진」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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