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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재단 Sep 13. 2022

구직 포기 청년 130만 명 시대

정해진 직업의 틀 밖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필요해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는 것. 그 시작은 ‘청년이 행복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되길 바란다. 청년들을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움을 받는 청년들도 많겠지만, 청년들 개개인의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게 와닿지 않는 정책들도 있을 것이다.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필자의 견해를 들어보고,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청년 취준생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살예방센터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 실업률과 카드연체율, 주거지원요청비율, 자살시도율은 20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코로나19에 따른 취준생 스트레스 상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00여 명 취준생 대부분이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취업 불황기에 거듭되는 취업 실패는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무력감, 자기혐오, 피해의식 등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및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마음건강 취약성과 극단적 선택 위험 노출도 높아지고 있다.


대학 졸업, 석사 학위, 해외 유학 등의 고스펙에도 불구하고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도에는 부산 해운대구 환경미화원 공채 경쟁률이 200:1이었다는 글도 있다. 이 글을 적는 필자도 국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4년 가량의 업무 경력을 쌓았지만 영국 석사 수료 중에 지원했던 해외 기업 500곳에 낙방했다. 


웬만큼 좋은 직장이라면 몇십 명에서 몇백 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세상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에서 이겨야, 행복과 성공에 대해 사회가 말해주는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순간 행복도, 성공도 멀어질 거란 압박감과 불안감, 극도의 스트레스가 느껴진다. 이런 요즈음의 세상이라면 마음의 통증을 호소하는 청년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니트족 170만 명 시대, 정말로 일자리가 없는 걸까?


청년 니트족이 172만 명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얼마 전 봤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일도, 공부도, 구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사에 나오는 33세의 니트족 청년은 졸업 직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거듭되는 낙방에, 30세가 넘어서며 구직문이 좁아진데다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며 취업을 아예 포기했다. 니트족 중 구직을 포기한 ‘비구직 니트족’은 작년보다 14만 명이 늘어 13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데, 대졸 이상 청년 중 구직을 포기하는 비구직 니트는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 공무원이나 중견 이상 기업으로 구직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 하는 청년들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취업이 어렵다지만, 청년 취업 지원 사업도 많고 인턴십이나 기자단, 서포터즈, 지역 기업 취업 기회 등 일로서 활력을 유지할 기회는 아직도 다양하게 있지 않냐고. 당장 좋은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경험들로 역량을 기르면서 언젠가 취업이 될 것이라고 여유롭게 마음을 가지면 안 되겠냐고. 머리로만 생각하면 맞는 일이다. 그렇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청년 정책이 이렇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취약 청년’에게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청년 노동시장 취약 시대, 비주류 노동 스타일은 정책에서 소외돼


첫 번째, 청년 정책은 주로 취업이라는 초기 노동시장에서의 성과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취업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 보이는 청년 구직자가 대상이 되고, 정책 수혜를 받기 쉽다. 모든 청년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준비하여 취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청년층 일자리 솔루션은 디지털 일자리, 코딩 교육 등 ICT 인재 취업에 아직까지도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노동시장에서 높은 수요가 있는 취업이나 창업에 적성이나 분야가 맞지 않는 청년은 소외된다. 다양한 전공과 사회문화적 여건에 처한 다른 청년들은 정책 체감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더 빈곤하고 취약한 청년은 정부와 시장에서 밀어 주는 취업이나 창업 아이템과 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받기가 어렵다.


두 번째, 구직 관련 청년의 경제적, 정서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간주하여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멀티 페르소나, 부캐, N잡러, 1년 내 이직, 퇴사 후 휴식기(gap year)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청년이 바라는 대안적인 일과 삶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최근의 트렌드 키워드라는 점이다. 직업을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로 보는 사람보다 자아를 실현하고 좋은 동료들과 더불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좋은 일로 바라보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있어도 선뜻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에서도 민간에서도 청년이 일로서 경제적인 자립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직업 능력의 부족으로 보고 취업률이나 소득 창출 여부에 중점을 맞춘 정책과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실 정형화된 회사일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을 하고 싶기에 취업을 거부하는 청년도 많다. 청년 니트족의 자립 솔루션을 연구하고 관련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만드는 소셜 벤처 ‘사회비행자’에서는 2020년과 2021년에 걸쳐서 니트족 청년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이 구직을 단념하는 이유는 비단 취업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고유함이 존중받을 수 없는 회사 환경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 흥미 탐색이나 경험 부족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 자체가 결여되어 제대로 된 일경험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꼭 기존 사회의 일자리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일을 청년들이 도전하고 정착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청년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구직 장기화로 지친 청년이 힘든 진짜 이유는, 첫 취업이 어렵다고 ‘아무 일이나 할 수 없어서’이다. 우리나라는 첫 직업에 따른 경로 의존성이 있어,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하면 대기업 정규직은 절대 될 수 없을 거란 인식이 강하다. 고졸 청년 등 저학력 구직자가 주로 얻게 되는 일자리의 품질 문제라든지 직업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 역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을 기피하는 문화에 일조한다. 


따라서 구직 시장의 모순으로 인해 경제적, 심리적 고통을 겪는 청년 수를 줄이려면 다양한 방식의 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취직을 거부하거나 방에서 나오지 않는 비구직, 은둔형 니트 청년들은 개인 상황뿐만 아니라 접근 가능한 직업의 조건과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나이와 연공에 기반한 위계 구조, 정격화된 일과 성장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 등이 그것이다. 청년세대가 바라는 좋은 일의 조건과 기대하는 바를 이해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니더라도 좋은 일의 조건을 달성하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의 새로운 범주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취업 여부나 연령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별로 취약한 요소를 파악하여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고금리 금융기관 대출 여부나 연체 경험 여부 등을 조사하여 실제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취약 계층을 새롭게 발굴하고 우선적으로 지원 수혜를 적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위해서 다차원적인 자본 증가 가능성을 높이고, 삶의 기능을 회복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근로, 소득, 주거, 심리건강, 사회문화적 자본 등 청년의 삶의 질을 위해 필수 요소들에 대한 종합 처방을 하여야 한다. 자살예방센터 등 정신건강 기관과의 협약으로 위험에 노출된 청년들에 대해 삶의 다양한 자본과 기능에 대해 종합적으로 돌보고, 청년의 가장 중요한 니즈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알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글쓴이 전서은은


니트(NEET) 청년의 자립과 행복을 위한 콘텐츠와 지식을 만드는 연구기관이자 교육업, 콘텐츠 제작기업 ‘사회비행자’에서 경영기획자이자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 청년의 대안적 일과 행복을 지역의 가치와 연결하는 사회혁신을 연구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비주류 패션과 음악을 사랑하는 8년 차 사진모델이자 마음부검 작가이기도 하다.


※ 본 콘텐츠는 청년재단의「리얼리뷰 청년매거진」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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