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스파이와 비밀경찰, 정체를 숨긴 심리전

— 스파이패밀리로 보는 전략 게임이론

by 묘한 경제


엔도 타츠야 작가의 세계적 히트작 <SPYxFAMILY>(이하 스파이 패밀리)는 분단된 가상의 국가, 웨스탈리스와 오스타니아를 배경으로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이중생활을 그린다.

스파이인 아버지 ‘로이드 포저’, 암살자인 어머니 ‘요르 브라이어’, 그리고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녀 ‘아냐 포저’. 서로의 정체를 숨긴 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은, 어느새 팽팽한 심리전으로 번져간다.

이 시리즈에서는 《스파이 패밀리》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상황을 통해 게임 이론의 핵심 개념들을 하나씩 풀어본다.

첫 번째로 조명할 관계는—스파이 ‘황혼’ 로이드 포저와 그의 처남이자 '비밀경찰'인 유리 브라이어.

이 둘의 숨 막히는 수 싸움에선 과연 어떤 전략이 오갔을까?

오늘의 주인공인 오스타니아의 외교관 유리 브라이어. 그 또한 숨기는 신분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엘리트 외교관이지만, 유리의 진짜 정체는 오스타니아의 안보와 체제에 위협이 되는 '반역자'를 색출하고 고문하는 국가보안국(SSS)의 비밀경찰. 웨스탈리스의 스파이인 '황혼'에게, 그곳은 그가 들켜야 할 가장 마지막 장소다.

스파이 '황혼', 그리고 비밀경찰- 두 사람은 정체를 숨긴 채 하나의 목표, '요르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아슬아슬한 동맹이자,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Mission 1: '보수 행렬'을 그려라.


쫓는 자와 숨는 자. 이 관계는 황혼에게 크게 불리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유능한 스파이 '황혼'은 유리가 비밀경찰인 것을 눈치채고 있지만, 유리는 자신의 매형이 자신이 쫓고 있는 황혼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다.

게다가 유리에겐 또 다른 약점이 있는데,

그가 정말 지독한 누나(요르) 바라기라는 점이다.


비밀경찰로서 유리의 목표는 '스파이 색출'이지만, 동생으로서의 유리의 목표는 '누나의 행복'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요르의 행복은 그녀의 위장 남편인 로이드 포저와의 꽁냥꽁냥 관계에 달려있다. 따라서 유리 입장에서는 어쩌면, 로이드가 황혼임을 알아채더라도 조심스러울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단순화해 보자.


로이드 포저 (황혼) :
[적극적으로 첩보 임무에 임한다.(적극) vs 들키지 않는 것을 목표로, 조용히 남편 연기에 매진한다.(소극)]

유리 브라이어 : [강력하게 로이드의 뒤를 캔다.(적극) vs 일단 로이드를 믿어준다.(소극)]


이제는, 각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바탕으로 보수 행렬*을 그려볼 수 있다.

*경기자들이 각 전략을 선택했을 때 얻는 이익 또는 손해를 2차원 행렬 형태로 나타낸 것


1. 로이드가 만약 '적극'을 선택한다면

1-1. 그에게 최선의 결과는 상대방인 유리가 '소극'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로이드가 대놓고 임무에 임해도 유리는 그를 믿고 있으므로 마음 편하게 첩보 활동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드 입장 보수 : +10)

반면 유리에게 이는 최악의 조합이다.

오스타니아의 정보는 스파이 황혼에게 아낌없이 흘러들어 가고, 유리는 황혼의 정체도 모른 채 갈팡질팡 할 뿐이다. (유리 입장 보수 : -15)

1-2. 상대방 유리가 '적극' 전략을 펼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로이드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적극 전략을 택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머지않아 그는 꼬리가 잡힐 것이고,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한다. (로이드 입장 보수 : -30)

유리는 숙적인 스파이 황혼을 잡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뒷맛이 너무나도 쓰다.

그가 비밀경찰 일에 힘쓰는 이유는 요르의 행복인데, 로이드의 검거로 그녀가 무너지며 앞뒤가 바뀌어 버린다. (유리 입장 보수 : -20)


2. 로이드가 만약 '소극'을 선택한다면

2-1. 유리가 '적극' 전략을 택한다면 이는 유리 쪽에게 약간의 손해이다.

로이드는 그저 평범한 남편의 역할에 충실한데, 그의 뒤를 캐고 쫓아다니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뿐만 아니라 요르에게도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리 입장 보수 : -10)

반면 로이드에게는 약간의 이득이 생긴다. 유리가 삽질하는 동안, 로이드는 용의선상에서 점차 벗어나고 완전한 신뢰를 구축할 시간을 벌게 된다. (로이드 입장 보수 : +5)

2-2. 유리가 '소극' 전략으로 일관할 시, 서로는 말 그대로 휴전 상태에 돌입한다.

당분간은 로이드도 임무를 계속할 수 있고, 요르 또한 나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니 유리도 약간의 이득을 얻는다. (둘의 입장 모두 보수 +3)


이게 보수 행렬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부이다. 상기 내용을 아래의 표처럼 정리하면 그게 바로 보수 행렬이다.



Mission 2: '우월 전략'을 찾아라.


이제 로이드와 유리의 머릿속을 담은 지도가 완성되었다.

지금부터는 각 플레이어들에게 필승 전략이 있는지 알아볼 차례다.

게임 이론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자신에게 더 나은 보수를 가져다주는 전략을 '우월 전략'이라고 부른다.

과연 이 플레이어들의 우월 전략은 무엇일까?


1. 유리의 머릿속: 누나의 행복이 최우선


먼저 유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만약 로이드가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유리는 '소극'을 선택하면 -15점을, '적극'을 선택하면 -20점을 얻는다. 결국 그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손실이 더 적은 '소극'을 선택할 것이다.

만약 로이드가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유리는 '소극'을 선택하면 +3점을, '적극'을 선택하면 -10점을 얻는다. 이 경우에도 자명하게 유리는 이득이 더 큰 '소극'을 선택할 것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로이드가 어떻게 나오든, 유리에게는 [소극 (일단 믿어준다)] 전략이 항상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즉, 유리의 우월 전략은 [소극]이다.

즉, 그는 매형이 '황혼'임을 알아도 처형할 수 없다.

그가 아무리 유능한 비밀경찰이라도, 사랑하는 누나의 행복을 파괴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것이 그에게는 언제나 최선/즉 우월전략인 것이다.


2. 로이드 포저의 머릿속: 스파이에게 '무조건'은 없다.

한편 로이드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도출해 보자.

만약 유리가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로이드는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괜히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30점을 얻을 바에야, '소극'적으로 몸을 숨겨 +5점의 이득이라도 얻는다.

만약 유리가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로이드는 '적극'적으로 활동해 +10점의 보수를 챙긴다.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경우 +3점으로, 이득이 현저히 적어진다.


이번의 결과는 사뭇 다르다.

유리의 행동에 따라 로이드의 '최선의 선택'은 계속 달라진다.

역시 최고의 스파이에게 정해진 정답은 없다. 그를 쫓는 비밀경찰의 행동을 확인하고, 분석해서 자신의 행동을 정하는 것.

그것이 '황혼'의 유능함이기 때문이다.


SHORT MISSION:

...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듯 로이드는 유리의 정체를 안다.

그리고 똑똑하고 합리적인 비밀경찰 유리 브라이어라면... 반드시 본인의 '우월 전략'이 '소극'임을 알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로이드도 움직일 수 있다.

유리의 '소극'을 상정한 자신의 최선의 수ㅡ'적극'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균형은 (로이드: 적극, 유리: 소극) 지점, 즉 (10, -15)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서로가 자신의 '최선의 전략'을 선택한 게임의 상태. 이런 미묘한 균형을 무엇이라 부를까?

그리고, 두 명 다 우월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 내용과 관련해선 이후 포스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미지 출처 : 만화 <스파이 패밀리> © Tatsuya Endo / Shueisha, 한국판 (주)학산문화사

모든 저작권은 원작자(Tatsuya Endo), 출판사(Shueisha), 국내 퍼블리셔(학산문화사)에 있습니다. 이 글은 비평과 교육을 목적으로 해당 작품을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