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옆 투썸의 비밀 : 호텔링 모형과 슬램덩크 서태웅

- 호텔링 모형으로 분석한 슬램덩크 속 입지 전쟁의 경제학

by 묘한 경제

※ 본문은 경제학 개념인 호텔링 모형을 슬램덩크와 스타벅스 입지 경쟁을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능남의 유명호 감독은 아마 그 날 밤 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중학 MVP 정대만, 발군의 포인트가드 송태섭을 '안선생님' 때문에 북산고에 빼앗기고, 공들인 서태웅마저 북산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엔 안선생님 때문도, 북산의 농구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가까우니까. (두-둥)

이 황당하고도 단순한 대답은, 사실 수 조 원의 자본이 격돌하는 현대 상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리를 관통한다. 우리가 매일 아침 목격하는 풍경, 스타벅스 바로 옆에 기어코 자리를 잡은 투썸플레이스의 모습이 바로 이 한 마디에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비슷한 위치에 붙어 있는 걸까?


우리는 특이한 광경과 자주 마주한다. GS25 옆에 붙어 있는 CU, 버거킹 옆에 위치한 맥도날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서로 멀리 떨어져서 손님을 나눠 갖는 것이 평화롭고 이득일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경쟁자들은 마치 자석이라도 붙은 듯 서로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경제학자 호텔링(Harold Hotelling)이 제안한 호텔링 모형이다.

다운로드.jfif 실제로 경제학부 전공 과정에서 '상점 위치 선정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비중 있게 다루는 이론이다. (출처 : 김영세 저 <게임 이론> 제 10 개정판, 박영사)

해당 모형에서는 경계 사이에 균등 분포된 소비자들을 예시로 들며 한 단위씩의 재화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함을 가정하여 시장의 점유율을 설명하고 있지만....실은 우리는 슬램덩크를 보며 이미 이해한 내용이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선형 도시의 아이디어를 빌려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능남의 유명호 감독은 서태웅류의 저런 '게으른 천재'들을 더 이상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 최적의 위치로 학교를 이전하겠다는 통 큰 결단을 내린다. 북산의 안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로, 학교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다운로드.png 호텔링 모형의 선형 도시 예시

가장 합리적인 결과는 위와 같을 것이다. 전체 지역(0~1)을 기준으로 중점의 중점인 1/4, 3/4 위치에 각 학교가 분포되어 있고, 오직 거리만이 기준인 '서태웅들'은 각 학교에 평등하게 지원한다.


총 16명 중 8명씩을 나눠갖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꼼수가 떠오른다.

유명호 감독은, 능남고등학교를 살짝 오른쪽으로-중점에 가깝게 이전하려 한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운로드 (1).png 호텔링 모형 균형점 이동 그림

이미 잡은 토끼인 1~8번 서태웅은 북산으로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탈할 이유가 없고, 이 꼼수를 통해 기존에는 북산으로 향하던 9번 서태웅은 이제 능남으로의 거리가 더 '가까우니까' 능남으로 진학하게 된다! 만약 오른쪽으로 더 향한다면 10번 서태웅도, 어쩌면 11번 서태웅도 노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북산의 안선생님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기에 북산고등학교 또한 왼쪽으로-중점에 가깝게 이전하여 서태웅들을 확보한다.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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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 (2).png

두 학교가 지역의 중심에서 만나버린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들을 계속한 결과-가장 비합리적이게도 두 학교는 붙어버리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었던 첫 상황과 같이 각각은 8명의 서태웅씩을 나눠가지지만, 기존에는 졸면서 자전거로 등교했던 양 극단의 1번 서태웅과 16번 서태웅은 이제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지 모른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실 적용: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의 관계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예시를 든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GS25와 CU/버거킹과 맥도날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경쟁사 사이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린 아메리카노, 편의점 이용, 햄버거 주문과 같은 상황에서 제품의 질 차이가 크지 않기에 자연적으로 (서태웅처럼) 거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그 결과 같은 상가에 두 프랜차이즈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낳게 된다.

이로써 이전 시리즈에서 다룬 게임이론의 기초와 더불어 실제 응용 사례인 '호텔링 모형'을 이해했다.

게다가 이젠 "저렇게 카페가 같은 건물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도 왜 우리 집 주변에는 카페가 없는 거야?!"란 대답하기 어려운 친구의 투정에 대해서도 '그대가 (호텔링의 결과 손해를 본) 1번 혹은 16번 서태웅이 아닐까'라는 한없이 차갑고도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 다음 글에서는 '공용 전략'으로 설명하는 <흑백요리사2> 백종원 심사위원의 선택을 다룹니다.


본문에 사용된 만화 <슬램덩크>의 이미지는 작품의 경제학적 분석을 돕기 위한 인용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저작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