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지 않게, 아무 차질 없이
공항에 있다 보면 뉴스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입국처럼 비교적 가벼운 장면부터, 총탄이나 불법 약물, 해외 범죄인 호송 같은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 한 무거운 상황까지도 간혹 마주친다. 나는 그 현장에 있었고, 그 장면들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지나간다.
뉴스에서 보면 늘 긴박하고 소란스러워 보이지만, 실제 공항 안에서는 대부분의 일들이 놀랄 만큼 빠르고 담담하게 처리된다.
근무를 하면서 불법 약물이 발견되기도 하고 출국을 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의 가방에서 발견된 적도 있었다. 뉴스에 크게 보도됐던 해외 범죄인 단체 호송이 진행되던 날에도 바로 옆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단체로 나가는 범죄인 옆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긴장상태를 유지해야만 했다. 이용객들끼리 언성이 높아져 몸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있었고, 팔찌나 목걸이 안쪽에 아주 작은 칼을 숨겨 반입하려다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면 사람들은 대부분 신기해하고 놀라 하지만, 공항 안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만큼 다양한 목적과 사연이 교차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공항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이곳은 대응 매뉴얼이 굉장히 꼼꼼하게 짜여 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쉽게 말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각 분야별 담당 팀들이 현장에 모인다. 보안, 경찰, 소방, 의료, 운영 담당자들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움직인다. 누군가는 통제를 하고, 누군가는 상황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주변 이용객들의 동선을 정리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일반 이용객들이 이런 일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고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고로 인식되기 전에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모두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이동의 한 장면이지만, 그 뒤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긴장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소란을 키우지 않고, 공포를 만들지 않고, 최대한 일상처럼 지나가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런 대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근무자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정기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한 달에 몇 번씩 반복되는 훈련은 때로는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그 훈련이 몸에 남아 있다는 걸 느낀다.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온다.
사고나 범죄 상황뿐만 아니라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사람, 호흡이 가빠지는 사람,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모든 근무자가 완벽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초기 대응은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출혈부위를 지혈한다. 주변을 통제하고,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다. 그 짧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가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순간이 오면 무섭고 정말 사고가 정지된다. 그럼에도 일단 달리고 뭐든 한다.
공항에서 일하다 보면, 이 공간이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장소가 아니라는 걸 자주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귀국의 끝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범죄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그 모든 목적이 한 공간 안에서 동시에 흘러간다. 그리고 그 흐름이 엉키지 않도록, 최대한 차질 없이 지나가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용객들이 아무 일 없이 공항을 빠져나가는 것 그게 가장 잘한 하루다. 기억에 남지 않는 하루, 불편하지 않았던 하루, 뉴스에 나오지 않는 하루. 그런 하루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움직인다.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화려하지도, 드러나지도 않지만, 그 조용한 움직임들이 쌓여 이 공간을 지탱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공항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이는 이 공간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대비하며 근무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이곳에서는 가장 좋은 결과라는 걸 알고 있다.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아무 탈 없이 지나가는 것. 그게 우리가 매일같이 반복해서 지키고 싶은 가장 단순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