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혜성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다 지나간 것들이 나를 잡고 있었다

by 행윤

문득 나는 인생을 혜성에 빗대어 생각하게 되었다

눈부시고 찬란한 궤적을 그리며

어딘가로 빠르게 나아가는 거대한 에너지

그 혜성의 꼬리 쪽, 뒷좌석에 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것 같다 아니 그렇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내 시선은 자꾸만 뒤를 향해있었다

이미 지나간 풍경, 흘러가버린 장면들,

되돌릴 수 없는 말과 표정들,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계속 반복 재생되었다


나는 자주 줄곧 나를 탓했다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성숙했더라면”

“왜 나는 그런 말을 했을까”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들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았다

내가 혜성의 속도로 달리지 못한 이유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돌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느낀 것이 분명 있다

가끔은 죄책감과 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감정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성장시켜 주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너무 깊어진다면

나 자신에게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나 자신을 찌르게 된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결국 가장 아픈 상처는 타인이 아닌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다

정말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도 그랬었다

이별을 할 때 혹은

상대가 나에게 신뢰를 깨트리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먼저 나를 의심했다

“혹시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나?”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내 몫이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잘못한 건,

내 책임이 아닌 것들까지 끌어안으려 했다는 것뿐이다


나는 더 이상 바보로 살지 않기로 했다

바보라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아마도

자기 자신을 방치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제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과거를 곱씹으며 상처를 키우는 대신

그 시간을 나의 성장으로 정리하려 한다


나는 여전히 혜성 위에 있다

속도는 남들보다 분명 느릴지는 몰라도

방향은 분명히 앞을 향해있다

가끔은 뒤를 돌아보더라도

다시 고개를 들어 앞으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밤하늘에

아름다운 궤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혜성처럼 찬란하게,

나의 인생 끝까지 아름답고 멋지게

우주를 그리며 사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