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빵집이 있다.
4-5년 전만 해도 내킬 때 찾아가서 빵을 사서 가게 내부에 있는 탁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국, 유투브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큰 마음을 먹어야 찾아갈 수 있는 '맛집'이 되었다. 손에 쥔 바구니에 빵을 한가득 담고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돌아다니는 것이 이제는 익숙하다.
이 빵집에서 외지인과 동네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다. 얼마나 많은 빵을 가지고 줄을 섰는가를 통해 바로 알 수 있다. 바구니 가득 담긴 빵, '빵카트'의 2-3층을 가득 채운 빵, 포장된 여러개 들이 빵을 양손 가득 들고 있는 사람들.
빵 한가득 담고서 계산하러 오다가 대기줄을 보고서 허탈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이 가게만의 특별한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뭐야? 이게 다 줄이야? 이렇게 많아? 에휴
처음에는 그러한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고작해야 빵인데. 아무리 특별하다고 해도 결국은 빵인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점점 길어지는 계산 대기줄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오픈한지 40여분이 넘었을 시점에 방문했을 때 가게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좋아하는 빵 2-3개를 주워담은 후 계산을 하기 위해 이동하다가 평소보다도 더욱 많은 대기줄에 놀라게 되었다.
백화점 안에 위치한 이 빵집은 계산 대기줄을 빵집의 입구에서 백화점 입구까지 길게 세워놓았다. 그리고백화점 입구에서도 빙글빙글 하게 대기줄을 세워놓았는데 3줄은 거뜬히 채우고 남았다.
대기시간이 10분이 넘어가면서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빵 2-3개 사려고 이렇게 길게 대기하는 것이 맞나? 더 많은 빵을 샀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영리한 사람들은 인원을 분리하여 일부는 줄을 서고 일부는 빵을 고르는 전략을 사용한다. 소수의 빵을 들고 먼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일행이 더 많은 빵을 가지고 와서 계산 대기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이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기줄을 관리하는 직원에 의해서 제지당할 위험이 있다. 직원은 빵 바구니를 들고 진입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기줄의 맨 끝으로 보내버리기 때문이다.
대기시간이 20분을 넘어가면서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다. 빵을 고르는데 5분이 걸렸는데, 계산하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기는 입장하는데 대기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점 이었다. 다른 지점은 입장하는데만도 2-30분씩 줄을 서야 한다.
내 계산차례가 가까워지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확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1-20만원 어치의 빵을 사기 위해 30분을 기다리는 것은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고작 3-4개의 빵을 사기 위해 30분을 기다린다고?
내 손에 들린 허전한 빵 바구니와 2층, 3층 쌓여있는 앞 사람의 빵 바구니가 비교되었다. 여기서 계산하고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도 힘든데 뭐라도 더 사야하는 거 아닐까.
마침내 대기줄의 맨 앞에 도착했을 때 마음의 결단을 내리고 아들을 시켜서 계산대 근처에 있는 빵 하나를 가져오라고 했다. 내가 계산한 빵값은 총 만 9천원 이었다.
집에와서 가족들과 빵을 먹는데 아이들은 조금 먹고 배부르다고 빵을 남겼다. 아내는 나중에 먹겠다며 중간에 일어났다. 남은 빵 그릇을 보며 줄을 서면서 고민했던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생각했다.
남은 빵은 나중에 간식으로 먹으면 되니 잘 된 거지 뭐. 더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