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한때 키보드 워리어였던 내가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

by 노진구

오랜만에 글을 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나의 이력을 말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40대 초반이고, 갓 태어난 아이를 둔 아빠이자, 인테리어설계 및 현장 감독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건설업자다.


처음부터 건설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나의 이전 직업은 지역신문사의 사회부 기자였다. 한 2년 했던 것 같다. 그보다 과거에는 미술전문웹진에 아주 잠깐 근무한 적도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간 첫 직장은 월간지 기자생활을 했다.


첫 직장부터 세 번째 직장까지 근 5년 동안은 글밥을 먹던 글쟁이였다. 지금은 건설업을 하고 있지만, 한때 글쟁이가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직업을 바꾼 이후에는 딱히 진지하게 키보드를 두드려본 적이 없다. 실은 일종의 자기혐오일 수도 있겠지만, 이리저리 세간의 이슈에 따라 말 한마디 보태려고 돌아다니는 글쟁이들을 내심 경멸하기도 했다.


그랬는데, 지금은 브런치에서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무엇 때문에?


한때는 키배를 즐기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글쟁이로서 공명심이 있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리고 한 해를 더 살수록 논쟁을 피하는 쪽으로 늙어갔다.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종류의 논쟁, 서너 시간이 지나도록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논점, 별로 독창적이지 않은 사고체계임에도 본인의 주장이 유일무이한 진리라고 득의양양한 상대방을 상대하는 것이 지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그보다는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생업과 관련되지 않은 일로 에너지를 빼는 것 자체가 귀찮아졌다는 것이 더 정확한 거 같다. 지들 인생, 지 X대로 살겠다는데, 내가 남들의 잘못된 생각을 교정해 줄 선의와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나. 그게 정확한 거 같다.


근데 슬슬 내 아이가 태어날 때가 되어 생각해 보니,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은 지금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10대였던 시절, 태어나보니 이미 반쯤 망가져있다 생각한 사회를 두고 기성세대의 아둔함을 탓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나도 그 '기성세대'에 어느 정도 속해보고 나니 이해가 된다. 기성세대가 특별히 무엇을 잘하거나 잘못해서 세상이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냥 사는 게 바빠서 무언가 잘못된 점을 보아도 눈을 감고, 그러다 보면 잘못 자체에 무감각해지고, 무감각한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서 점점 회색론자가 되어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더라.


그래서 오늘 설거지를 하다 문득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이라도 우리 사회의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 혼자 옳은 말 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거 아닌 거 알고 있다. 나를 포함해 '기성세대'가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방조 또는 일조했다는 사실이 옅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 자꾸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선 잘못된 것이 당연한 것이 될까 봐 걱정이 됐다.


나는 글을 통해 세상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틀리지 않았다고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