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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Sep 26. 2021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이 걱정되는 이유

나는 엠넷을 믿지 않는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3주 연속 비드라마 TV 화제성 1위, 출연자 화제성 TOP 10 중 7명이나 랭크되며 제대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엔 스우파 짤, 스우파 명대사, 스우파 클립 등이 업로드되고 출연자들의 스타일링과 댄스 또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총 10회 중 4회만 업로드된 것에 비해 대단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로듀스 101 조작 사태 이후 한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죽만 쑤던 엠넷도, 스우파의 흥행으로 간신히 호흡기를 달았다고 평가 받는다. 스우파가 흥행하기 시작하자 엠넷은 더 자극적인 편집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탈락 크루 미션 이후부터는 팬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스우파가 휩쓸어버렸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가수만큼, 아니 어쩌면 가수보다 더 큰 직격탄을 맞은 댄서들에 주목하고 이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줬다는 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수준급 댄스 크루들의 춤과 경연을 티비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프로그램 의의는 좋다고 할 수 있다. '프라우드먼'크루의 리더인 모니카는 출연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섭외 미팅 중 PD님의 한 마디 '조명받지 못한 댄서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PD님이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오게 됐다.


모니카의 바램대로 프로그램 흥행으로 댄스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방송사 출근길, 댄스 스튜디오엔 출연자들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을 쫓아다니는 사생팬까지 생기게 되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댄서신은 모든 게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보며 개인적으론 몇 가지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이 조금은 걱정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1. 가수와 댄서 간의 경계

무대 위 가수와 댄서는 명확하게 역할 구분이 나뉘어져 있다. 가수가 무대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라면, 댄서는 가수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협력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이들을 백댄서의 역할로 치부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역할이 나눠져 있는 것이다.) 무대 위, 가수와 곡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이 댄서라는 아티스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댄서 신에선 댄서들이 당연히 주인공이다. 하지만 무대 위라면 그 역할에 대한 비중도의 차이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아티스트와 곡 자체가 가져가야 할 주목도 댄서들에게 쏠려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컴백한 이하이와 현아&던 같은 경우, 아티스트와 무대의 조회수가 적게는 2만~많게는 90만 정도인 것에 비해, 댄서들의 개인 직캠 조회수는 160만, 292만, 50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그리고 소위 '악개(악성 개인팬)'라고 불리는 과몰입 악성 팬들이 등장하며, 가수와 댄서들 사이를 이간질하거나 비하하는 댓글도 종종 보이게 된다. 물론 이러한 악개들은 어느 신에서나 존재하지만, 가수와 댄서 사이의 악개는 처음 있는 일이기에 기존 팬들과의 갈등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만악의 근원 = 진성 악개(악성 개인팬)

명확히 말하지만, 댄서들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단지, 프로그램의 흥행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난 '악개'들의 분란과 엠넷의 적절하지 못한 대처법이 화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수와 댄서는 함께 무대를 꾸미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수의 무대 위에선 가수가, 댄서의 무대에선 댄서가 더 주목을 받는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구조가 명확히 지켜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방송가와 악개들 또한, 명확한 선을 지켜야 한다.


2. 엠넷의 악편

엠넷이 스우파가 흥행함에 따라 점점 칼을 들어내고 있다. 초반엔 배틀에만 초점을 잡나 싶더니, 회차가 진행됨에 따라 크루 간의 경쟁, 이간질 등 악편에 더 열을 내고 있다. 시청자들은 8 크루의 수준 높은 댄스와 배틀을 보고 싶은 건데, 탈락 시스템을 넣어서 팬들의 경쟁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이나 사석에선 사이가 좋은 댄서들도 엠넷의 악편을 거치니 거의 철천지 원수처럼 비춰지고 있다.

절친인 YGX의 여진과 웨이비의 노제를 악편하는 엠넷의 클라쓰...

편집도 편집이지만 엠넷의 '뒷감당 안하는 판 벌리기' 또한 가장 큰 문제이다. 명확한 설명 없이 룰을 제시하니 정작 욕은 아무 죄 없는 댄서들과 크루들이 먹고 있다. 실제 이번 '메가크루' 미션은 엠넷 측에서 "인맥을 총동원하라"라는 애매한 설명만 남겨 놓았다. 그래놓고 예고편에선 오히려 인맥을 동원한 크루를 염치 없는 크루로 표현하고 있다. 명확한 설명과 절차 없이 자극적으로만 예고편을 만들다 보니, 팬들끼리의 도 넘은 경쟁 및 비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엠넷의 내로남불식 판 벌리기와 악편이 만나 환장의 콜라보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6화가 더 남았고 더 많은 미션이 펼쳐질텐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시청자들도 지쳐 떠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든다.

 

3. 종영 이후의 문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 종영 이후의 문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엠넷은 대책없이 판 벌리기에 특화된 방송사이다. 하지만 그전 프로듀스 시리즈나 걸스플래닛 999, 쇼미더머니 같은 경우는 방송 종료 후에도 데뷔 지원, 소속사 제공,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사후 지원은 존재했다. 다만 이 '스우파'에는 종영 이후에 어떠한 지원도 적혀있지 않다. 공식 홈페이지엔 달랑 트로피와 상금 5천만원만 적혀있다(심지어 처음엔 트로피만 제공이었다가 프로그램이 흥행하니 급히 상금을 추가하였다)

지금은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흥행하고 있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종영 후에는 그 인기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엠넷 또한 판을 벌려놨다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분명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흥행에 성공 했으니 이후에 '스트랫 맨 파이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2'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엠넷은 잘되는 프로그램을 단일 시즌으로 끝낸 적이 없다) 추후 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시리즈가 성공할려면 엠넷의 명확한 사후 대처가 확실히 필요할 것이다.


제목을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이 걱정되는 이유'라고 자극적으로 적었지만, 나 또한 매 화 본방을 챙겨볼만큼 열혈 팬이고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댄서들의 무대 하나하나가 너무나 감명깊게 다가온다. 부디 내 걱정은 기우이길 바라며, 앞으로도 마지막화까지 최선을 다하는 크루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청하가 생각하는 댄서에 대해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댄서분들도 같이 그림을 만들어주시는 아티스트다.
백댄서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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