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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Dec 06. 2021

지금의 KPOP을 만든 곡들 - 1편

2004-2009 1편

전적으로 주관적인, 전적으로 개취인, 지금의 KPOP을 만든 명곡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1편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물론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명곡들이 있었지만, 내 기억의 시작이 2004년부터이기에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럼 (주관을 가득 담은) 지금의 KPOP을 만든 명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1. 동방신기 -HUG

동방신기의 등장은 느슨한 아이돌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줬다. HOT의 성공 이후 양산형으로 쏟아지던 아이돌과 달리, 동방신기는 처음부터 기획적으로 조직되고 트레이닝된 그룹이었다. SM이 HOT, 신화를 통해 배운 아이돌 제작의 정수가 동방신기에게 쏟아졌고 물이 오를대로 오른 유영진, 켄지 프로듀서의 프로듀싱과 이수만 쌤의 날카로운 센스가 있으니...동방신기는 데뷔하자마자 분열돼있던 아이돌 시장을 하나로 통일시켜버렸다.  

정말 10년 뒤엔 완전체 보고 싶었는데..왜 그랬어...

동방신기의 데뷔곡 'HUG'는 기존 SM 남자 아이돌의 곡과 달리, 아카펠라와 발라드, R&B 장르가 강한 곡이었고 가사도 굉장히 귀엽고 따뜻한 느낌을 강조하였다(ex. 하루만 너의 침대가 되고 싶어) 그동안 사회비판, 마초, 공격적인 컨셉에 지쳐있던 리스너들에겐, 이 몽글몽글한 소년미와 풋풋함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동방신기는 이 곡을 통해 기존 남자 아이돌의 필수코스였던 사회비판, 강렬한 메이크업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이 때 '카시오페아'라는 전설적인 팬덤을 필두로 KPOP의 팬덤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동방신기'와 '카시오페아' 이 둘은 지금의 KPOP 시장의 가장 큰 축인 '아이돌'과 '팬덤'간의 유기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2. 원더걸스 - TELL ME

아직까지도 노래가 가진 파급력과 흥행이 이렇게 크다고 느낀 곡은 'TELL ME' 하나 뿐이다. 이 곡은 말그대로 모든 걸 바꿔놓았다. 텔미의 흥행 이후 후크송의 시대가 펼쳐졌고, 자그마치 10년, 후크송은 그 후 10년 동안 KPOP을 장악했다. 남자 아이돌에 비해 조금 늦고 주목을 못받았던 여자 아이돌 시장이 원더걸스 'TELL ME' 하나로 단숨에 역전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곡 이후 10대 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아이돌이 된다

'TELL ME' 이전 KPOP은 마이너한 장르였다. 특히 여성과 1020세대만의 전유물인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TELL ME'의 등장은 소위 '아저씨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특정 세대가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첫번째 KPOP 노래'였다. 특히, 'TELL ME'는 곡도 그렇지만 안무의 영향도 컸다. 따라하기 쉽고 캐치한 안무는 대한민국에 UCC와 커버 열풍을 불러들였다. 이때 시작된 UCC와 커버 열풍이 지금의 2차, 3차 콘텐츠 그리고 커버댄스, 커버곡의 시초가 되지 않았나 싶다.


3. 빅뱅 - 거짓말

빅뱅은 소위 이름 값을 하는 그룹이었다. '거짓말'은 말 그대로 가요계의 대폭발 같은 곡이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 지디와 탑이라는 하이&로우 톤의 랩 조합같은 음악적인 요소도 훌륭했지만, 이들은 그냥 '멋'이 있었다. 빅뱅의 등장 이후, 그들이 입은 옷과 악세서리는 유행이 됐고 무대 위 제스처는 멋으로 행동은 끼의 표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아이돌'의 개념을 넘어 '따라하고 싶은 아이돌'의 탄생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앨범 좀 내..제발...

거짓말은 아이돌 음악의 성공 공식 같은 곡이었다. 피아노 건반과 하우스 리듬 위에 올라가는 랩과 일렉트로닉 댄스는 거짓말 이후 하나의 음악 공식이 되었다. 이후 용감한형제, 테디, 지드래곤은 이 장르를 고착화시켰고 2010년대 중반까지 이러한 장르는 말 그대로 성공하는 '음악 공식'이었다. 'TELL ME'가 여자 아이돌과 후크송의 찰떡 공식을 만들어냈다면, 거짓말은 남자 아이돌과 힙합의 찰떡 공식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4. 소녀시대 - GEE

이 곡은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기록이 증명하는 곡이다. 2009년 멜론 연간 음원 순위 1위, 역대 멜론 일간 차트 최종 기록 2위, 2000년대 멜론 종합 음원 1위..소녀시대는 이 곡으로 대한민국 걸그룹 1위로 올라섰다. 흰 티에 청바지라는 깔끔한 룩과 완벽한 군무, 거기에 밝고 활기찬 곡의 분위기는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단숨에 남녀노소 모두의 아이돌로 만들었다.

지금봐도 세련된 명반...

이 곡은 '소녀의 짝사랑'이라는 (어찌보면 진부하지만) 확실한 클리셰에 정면 돌파하여, 제대로 성공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SM의 프로듀싱과 포인트 안무, 소녀시대 멤버들의 비주얼까지 합쳐지며 하나의 환상동화를 써냈다고 할 수 있다. 보이그룹이 아이돌의 시대(강한 팬덤)를 열었다면,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로 이어지는 걸그룹은 아이돌 열풍(대중성)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5. 샤이니 - 누난 너무 예뻐

이보다 완벽한 데뷔곡이 있을까? 곡 하나로 그룹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다른 아이돌이 몇 년에 걸쳐 도전하고 부딪히며 찾는 컨셉을 샤이니는 단 하나의 데뷔곡으로 완성시켰다. 그리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장르를 만들었다. 소녀시대의 'GEE'가 소녀의 풋풋함을 보여줬다면,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는 소년의 청량함을 담았다. 컬러진과 유니섹스한 패션, '누나'를 강조한 소년의 가사까지, 이 곡은 기존의 남자 아이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곡이었다.

SM은 진짜 10년은 앞서간다

개인적으로 이 곡이야말로 타 기획사들은 따라할 수 없는 SM만의 정체성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곡과 안무를 넘어 멤버 조합, 컨셉, 스타일까지..'샤이니'라는 그룹에 '누난 너무 예뻐'라는 곡을 완벽하게 이식해냈다. 타 아이돌의 곡을 원곡자들보다 잘 소화하기엔 힘들다. 하지만 이 곡은 정말 샤이니가 아니라면 누구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SM은 항상 네오함과 대중성 그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 곡은 그 두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충족해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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