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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Mar 02. 2021

아이돌 재계약 7년의 역사

결국은 비즈니스 관계인 이들에 대해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 마마무 등 3세대를 주름 잡았던 아이돌들의 재계약 관련 이슈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아이돌들은 데뷔 7주년을 기점으로 하여 재계약인지, 계약해지인지, 해체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팬들 사이에서도 ‘마의 7년 징크스’라고 불릴 만큼, 아이돌 데뷔 후 7년이 되는 해는 팀의 존속과 해체를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그렇다면 왜 재계약은 굳이 기준을 ‘7년’으로 잡을까? 그 이유가 있는걸까? 오늘은 아이돌과 기획사, 동반자이기전에 하나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그들의 계약 관계와 역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리빙 레전드가 되어가고 있는 에이핑크

 물론 지금도 불공정 계약, 노예 계약 등 연예 기획사와 아티스트 사이의 불공정 거래가 들려오지만, 과거에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악의적인’ 계약이었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말 그대로 아이돌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엔, 말도 안되는 계약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연습생 시절 들었던 비용을 마이너스 통장 식으로 계산하여 데뷔 후 갚는 식부터, 10년, 20년씩 계약기간을 걸어 두어 소속사와 정산 비율을 조정할 수도 떠날수도 없게끔 만들었다. 당시에는 ‘관례’이자 ‘룰’이라는 명목 하에, 수 많은 아이돌들과 연습생들을 기획사 마음대로 굴리던 암흑의 시기였다.


 그러다 2009년 JYJ의 전속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벌어지며, 그동안 수면 아래 잠겨있던 아이돌 계약 관련 이슈가 떠오르게 되었다. 사태가 점점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칼을 뽑아 들고 기획사와 아티스트 사이의 "연예인 표준 약관에 따른 전속계약용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간의 계약서를 살펴보니 과도한 사생활 침해, 무상 공연, 홍보활동 강제, 직업선택자유 침해 등 다수의 불공정한 내용이 적발되었다. 언론이 해당 이슈를 물고 대중이 호응하니 순식간에 화제성이 불붙었다. 그 후, 계약 기간 및 갱신, 수익 배분, 기획업자의 권한과 의무, 연예인의 권한과 의무 등을 규정한 표준계약서가 제정되었다. 처음엔 당연히 반발이 있었지만, JYP를 기점으로 현재는 모든 기획사들이 해당 계약서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바로 오늘의 주제인 '최대 7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7년을 기점으로 해체, 탈퇴, 재계약 등의 중요한 이슈가 벌어지는 걸까? 사실 이건 7년이란 숫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다. 모든 아이돌이 공평하게 사랑받는다면 좋겠지만, 필연적으로 주목받는 멤버와 그렇지 못한 멤버가 존재하게 된다. 이 간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게 되는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멤버는 더 많은 기회와 돈을 얻게 되고, 그렇지 못한 멤버는 다른 수를 찾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팀으로 활동할 때도 수익 배분이나, 앨범과 방송에서의 주목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지게 되지만, 7년의 계약 기간 동안에는 탈퇴나 해체 등을 할 수가 없기에 쉽게 공론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왜냐?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자신이 계약서에 직접 사인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7년까지 기다렸다 탈퇴하거나 해체하는 그룹이 많은 것이다. 어찌됐건 이들의 관계도 비즈니스라는 초석 위에 쌓였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7년을 채웠다면, 그 후의 재계약에 관련된 건은 전적으로 아티스트에 달려있긴 하다. 재계약을 통해 수익 배분을 아티스트에게 유리하게 조정하여 재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타 회사와 계약하거나, 1인 기획사를 차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해피엔딩만 있는 건 아니다. SM은 해당 문제의 기폭제였던 만큼,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계약파기, 불공정 소송 등의 이슈에 휘둘렸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수만 SM 대표 프로듀서가 그렇게 시스템(ex. NCT)에 집착하는 걸 수도 있다. 이외에도 웬만한 기획사는 전부 한 번씩 전속계약 관련 문제를 겪었다. 기획사가 문제였던 곳도 있고, 아티스트가 문제였던 곳도 있다. 계약서 자체도 매년 개정되고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KPOP 생태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집착했던 시스템의 완성체, NCT

 표준계약서에 적힌 ‘최대 계약 기간 7년’은 생각보다 엔터 산업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기획사 입장에선 7년 내에 아티스트를 성공시켜서 최대한의 성과를 달성하고, 거기다가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후배 그룹까지 만들어야 한다. 아티스트 또한, 7년의 기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다음 재계약과 연예계 내에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건 단순히 이대표의 생각이지만, KPOP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7년 재계약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사와 아티스트 모두 각자의 엔드라인이 있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수 밖에 없다. 


 전속계약용 표준 계약서 이전엔 정말 말도 안되는 불공정, 악덕 계약이 많았다. 10대 연습생들을 데려와 연습시킨 후, 데뷔가 무산되자 빚을 요구한다는지, 데뷔 후 말도 안되는 행사에 내보내거나 회사 9 : 아티스트 1의 수익 배분인 곳도 있었다. 아티스트 또한, 계약서를 악용하여 명시된 기간을 지키지 않고 효력정지 처분을 낸 후, 자신의 나라로 도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현재 KPOP에서 표준 계약서는 아티스트와 회사가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각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영역으로 자리 잡혔다. 


 7년의 기간이 지나면, 재계약에 관한 주도권은 아티스트가 잡게 된다. 7년 넘게 활동한 후 재계약을 하는 그룹도 있지만, 아닌 그룹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선택이기에 존중하고 응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팬들 또한, 아쉽기는 하지만 이들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7년이라는 기간 동안 뜨겁게 노력했던 수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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