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진화된 KPOP을 만나다.
2015년은 KPOP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한 해였다.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2세대 아이돌이 다시금 저력을 보여줬던 해이자 세븐틴, 트와이스, 여자친구 등 3세대의 주축을 이룰 아이돌들이 데뷔한 연도이다. 그리고 SM이 거의 미친듯한 기획력으로 명반을 쏟아내던 시기이자 빅히트의 BTS 세계관이 정착되던 시기였다. 2015년은 KPOP 전성기의 시작이자 2세대와 3세대를 나누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시기를 ‘문화적 격변’인 르네상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늘은 KPOP의 르네상스인 2015년을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① K-걸그룹 전쟁
2015년은 소녀시대, 포미닛, 씨스타, 에이핑크 등 2세대 걸그룹이 긴 공백기에 들어가거나 해체하기 직전에 화려하게 불꽃을 태우던 시기이다. 평균 6~7년차가 된 이들의 능력치와 컨셉 소화력은 거의 만렙이었다. 걸크러쉬 컨셉의 포미닛 ‘미쳐’, 섹시 컨셉의 씨스타 ‘SHAKE IT’, 청순 컨셉의 에이핑크 ‘LUV’, ‘REMEMBER’ 등 마치 컨셉 그 자체인 것 같은 소화력을 보여주었다. 반대로 2세대 여돌 TOP으로 불리던 원더걸스, 소녀시대는 밴드 컨셉, 여신 컨셉 등 기존의 레트로, SMP 컨셉과 반대되는 전략을 선보였다. 이들은 클래스를 증명하듯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음원과 SNS 모두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외에도 미쓰에이, 걸스데이 등 2015년은 2008~2009년부터 이어진 2세대 걸그룹의 화려한 불꽃이자 피날레 같은 시기였다.
그리고 새로운 3세대들의 불꽃이 타오르던 시기이기도 하다. 마마무의 ‘음오아예’,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레드벨벳의 ‘Dumb Dumb’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컨셉 변화를 보여주었다. 마마무는 ‘실력파 걸그룹’, 여자친구는 ‘파워청량’, 레드벨벳은 ‘레드’와 ‘벨벳’ 컨셉을 확실히 굳혔다. 그리고 2015년 말, 트와이스가 데뷔하며 3세대 걸그룹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되었다. 이처럼 2015년은 2&3세대 걸그룹의 강세가 돋보이던 시기였다. 2015년 멜론 연간차트만 보더라도 여돌&여돌 솔로 곡이 21곡인 걸 보면, 당시 걸그룹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
② ‘클래스’와 ‘패기’
2015년은 ‘클래스는 영원하다’ 라는 걸 보여준 시기였다. 2014년 멤버 탈퇴 사건으로 휘청이던 엑소도 ‘CALL ME BABY’와 ‘LOVE ME RIGHT’로 자신들이 여전히 KPOP의 대세이자 현재라는 걸 증명했다. 2015년도 엑소가 무난하게 1등을 찍겠다 싶을 때쯤, 빅뱅이 3년만에 정규앨범 <MADE>를 발매하게 된다. 한 달에 한번씩 발매된 ‘MADE’ 시리즈는 발매 족족 차트와 유튜브를 휩쓸며 빅뱅이 왜 빅뱅인지를 입증했다. 2015년은 빅뱅과 엑소, 2세대와 3세대를 대표하는 남돌이 휩쓸던 시기이고 이때부터, 전세계 리스너와 유튜브, SNS 등에서 KPOP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전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아이돌들 또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2015년, 세븐틴이 데뷔하게 된다. 청량컨셉과 창의적인 퍼포먼스, 에너지와 더불어 자체제작이라는 이점까지. 세븐틴은 10대부터 빠르게 팬덤을 확장시키기 시작한다. 세븐틴은 특히 유닛 시스템을 정확하고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 덕분에 빠른 시간안에 다양한 조합으로 양질의 콘텐츠와 음악을 쏟아내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BTS를 있게 하고, 파도파도 새로운 게 나온다는 전설의 세계관, [화양연화] 시리즈가 나오게 된다. [화양연화]는 무겁고 어두운 스토리, 멤버들마다 가지는 오브제와 배경, 그 안의 음악적 메시지 등 앨범 자체가 BTS 세계관의 입체화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세계관은 BTS 신드롬의 초석이자, 현재도 무궁무진한 콘텐츠와 세계관으로 활용 가능한 소스가 된다. 이처럼 세븐틴과 BTS는 2015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대세 자리에 올라가게 된다. 2015년 남돌 생태계는 기존 대세 그룹들과 신예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며, 점차 파이를 키우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 파이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게 된다.
③ 미쳐버린 SM의 기획력
2015년의 SM은 거의 반쯤 미쳐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1년 내내 미친듯한 퀄리티의 앨범을 쏟아낼 수가 없다. 이 시기 SM은 KPOP의 미래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회사였다. 소녀시대 ‘Lion Heart’의 여신 컨셉, 샤이니 ‘View’의 감성 청량 컨셉, 에프엑스 ‘4 walls’의 몽환 컨셉 등 SM은 좋은 노래뿐만 아니라 컨셉, 색깔, 스타일, 감성까지 완벽한 앨범들을 쏟아냈다. 이외에도 슈퍼주니어의 역주행 필수곡이라 떠오르는 ‘DEVIL’, 태연의 ‘I’, 보아의 ‘KISS MY LIPS’도 다 2015년 한 해에 나온 작품들이다.
이 성공의 배경엔 당연히 민희진 전 SM 아트디렉터가 있다. KPOP에 아트필름이라는 장르를 도입시킨 사람인 만큼, 민희진은 비주얼적인 측면 모든 것을 컨트롤했다. 앨범에 영원불멸한 세련됨을 불어넣었고 이는 ‘KPOP=트렌디’ 하다는 개념을 불어넣어 주었다. SM의 곡 또한 A&R팀이 전세계에서 일주일에 100~200곡을 수급해오고 자체 송라이팅 캠프로 크리에이티브 협업을 하니 고퀄리티 곡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엑소의 CALL ME BABY는 작사 시안만 120개였다고 한다. 이렇게 한 곡에 수십 명의 인원이 협업하는 방식은, KPOP이 현상이 아닌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전문적인 요소가 되었다. 2015년의 SM은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에서 KPOP을 이끌어간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2015년은 이전 KPOP에 대한 작별과 새로운 KPOP의 탄생을 다룬다고 생각한다. 국내 작곡가, 국내 시장이 중심이었던 이전을 지나 해외 제작자와 팀을 이뤄 협업하고, 유튜브, 브이앱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던 2015년. 이 시기야말로 현재 KPOP 열풍의 시작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2세대의 완성된 무대, 3세대의 패기, SM의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기획력, 세계관과 새로운 음악 제작 시스템의 도입까지…지금 생각해보면 모두가 하는 그 시스템이 2015년을 기점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엔 KPOP이 세계적인 장르가 된 그 시기, 2018년도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