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이와 현우는 어릴 때부터 한 마을에 살았다.
그 들의 아버지도 서로 호형호제하며 친하게 지냈지만 어느 날부터 문제가 생겼는데,
그것은 미경이네 마당에 심긴 매실나무였다.
튼실하게 자란 매실나무는 봄이 되면 많은 잎과 매실을 달고 있으면서 미경이네 담 너머까지
가지를 길게 뻗으며 그늘을 만들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미경이네 담 너머는 바로 현우아버지의 밭이었다.
미경이네 매실나무가 밭에 그늘을 드리워서 작물이 자라지 못한다고 내심
불만이었던 현우아버지.
게다가 바람이 좀 불면 그 밭으로 많은 잎과 매실이 떨어졌는데 그때마다 깔끔한 성격의
현우아버지는 자기 밭에 떨어진 잎과 매실을 깨끗이 치우느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결국 미경이네를 찾아간 현우아버지는 밭에 매실나무 잎과 열매가 많이 떨어져서
너무 지저분 하니 치워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미경이 아빠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한마디 하였다.
하이 구마 행님요!!~그냥 내비두이소!~
갸들 썩으면 어차피 거름 될 긴데 더 좋지 않능교?
미경아빠의 말에 현우아버지는 불 같이 화를 냈다.
뭐라꼬? 이런! 문디자슥... 니!~그걸 말이라고 하나?
잔말 말고 니네 나무에서 떨어졌으니 니가 나가서 깨끗하게 치워 뿌리라!~~
행님!~지는요... 그렇게는 못하겠으니 그냥 행님 마음대로 하이소 마!~~
배 째라는 미경아빠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현우아버지.
그래? 내 맘대로 하라꼬? 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그렇게 현우아버지는 쌩~하니 집으로 가버렸고.
현우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동네는 한 바탕 난리가 났다.
현우가 가서 보니 자기 아버지와 미경이네 아빠가 서로 멱살을 붙잡고 싸우고 있잖은가?
이유인즉슨, 현우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서 톱을 가져와서는 미경이네 매실나무 가지들을 몽땅 잘라서 그 가지들을 미경이네 집 대문 앞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동네사람들의 만류에 둘은 겨우 싸움을 그쳤지만 그때부터 두 집안은 철천지 원수가 되고 말았다.
두 아버지들은 행여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아는 체는커녕 일부러 피하거나 어쩌다 눈이 마주치게 되면 서로 눈을 부라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현우가 중학교로 올라가던 해, 미경이네는 멀리 도시로 이사를 갔다.
그 후로 두 집안은 서로 까맣게 잊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현우는 군대를 가게 되었고 제대 후 자신이 다니던 대학에 복학을 하였는데
자기 학과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아가씨를 발견하게 되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오래전에 도시로 이사 갔던 미경이 같았다.
이름도 같았기에 현우는 그 아가씨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점촌에 살던 미경이 아닌가요?
어머? 그러고 보니... 현우오빠?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두 아버지 때문에 원수 집안이 되었지만 현우와 미경이는 동네에서 오빠 동생으로 아주 친하게 지내던 사이었다.
그렇게 둘은 금세 연인으로 발전했고 결혼하기 위해 둘의 관계를 부모들에게 알리게 되었는데
예상대로 두 아버지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현우!~이놈아야!!~하고 많은 아가씨들 중에 왜 하필이면 미경이다냐!!~~
그 아버지 성깔이 정말 못됐는데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전까진 절대로 안된다!~
그러나 못된 성깔은 현우아버지도 만만치 않았잖는가?
미경아빠가 맘대로 하란다고 남의 집 귀한 매실나뭇가지들을 몽땅 톱으로 잘라 그 집 앞 대문 앞에 쌓아 놓았으니 말이다.
미경이 아빠 또한 극렬하게 반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치워 뿌리라!~~ 가시나야!!~~~ 어데 남자가 없어서 원수네 집 아들네미고!!~~
미경이가 아무리 현우오빠는 다르다고 열렬하게 변호를 해도 아빠는 막무가내였다.
야!~야!~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 못된 성깔 어데 가겠나 말이고!!~~
미경이 아빠는 현우아버지와 오빠를 가리켜"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까지 하였다.
아버지가 그러니 아들도 똑같을 거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두 집안은 결국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아버지들은 술을 마시면서도 그때 사건이 서로의 잘못이라고 언성을 높이다가
엄마들이 겨우 말려서 싸움을 멈추게 되었는데 어쨌든 두 원수 집안이 만나서 결혼하였지만
그들 자식들은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으니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해피엔딩이 되었단다.
(일하다 라디오에서 들은 실화 내용을
이야기로 엮어서 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