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자 세 개의 의미.

by 현동인


하느님께서는 부자든, 가난뱅이든 모든 인간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이인 것이다.

나도 이제 적지 않게 나이가 들다 보니 젊었을 때보다 확연히 달라지는 게 있다.


그것은, 건망증이 심해진다는 것과 몸이 쉽게 피로해지면서 점점 굳어진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몸의 기관들이 노쇠해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몸의 노화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일은 시간이 되는대로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나마 아직은 내가 건강을 유지하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을버스를 운전한 지도 벌써 일 년이 훌쩍 넘었다

작년 1월 초, 종로 기계실에서 나온 후, 잠시 새로운 직장에 취직할 때까지만 버스를 운전한다는 것이 어느새 일 년이란 시간이 쏜살처럼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젊은이들에게는 시간이 굼벵이처럼 더디게 흘러가지만 나이 60이 훌쩍 넘은 나에게 시간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마을버스는 유독 연세 많으신 노인분들께서 많이 이용을 하는데 내가 기사로 일하면서 이분들과 만나다 보니 늙는다는 것은 참으로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버스를 탈 때도 젊은 사람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노인분께서는 버스 계단을 올라올 힘조차 없어 타고 있는 사람이 팔을 잡아당겨주어야만 간신히 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버스는 출발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시간을 지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노인분들로 인해 버스기사들의 쉬는 시간들은 공중으로 날아간다.

일반 공장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우리 같은 버스근로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기착지와 종점에 도착해야만 겨우 10분 정도 쉴 수가 있고, 점심도 제대로 먹을 수가 있는데인분들이 많이 타면서 시간을 지체하면 단 일분도 쉬지 못하고 뺑뺑이를 돌거나 점심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버스기사들은 노인분들이 많이 타는 날은 인상이 구겨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혹, 기사들의 그런 사정을 잘 아시는듯한 어떤 할머님은 미안한 마음에 꼭 쌀과자 세 개를 들고 와서 주기도 하는데

괜찮다고 손자들이나 갖다 주라 한사코 거절하면 그 할머님의 눈가에 서운함이 그득해서 마지못해 받기도 한다.


왜 그 할머니는 내 버스를 탈 때마다 나에게 꼭 쌀과자 세 개를 주려고 할까?

그것은 할머니의 마음이다.

몸이 늙어서 지팡이를 짚고 버스에 타려니 젊은 사람들처럼 빨리 오를 수가 없어 내게 항상 미안했기에 할머니의 간식이라도 나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쌀과자이지만 할머니에게는 귀중한 간식이다.

그런 소중한 간식을 내게 준다는 것은 할머니가 무사히 버스에 오를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주는

나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노인들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다.

어떤 노인은 버스에 빨리 오르지도 못하면서 아주 천천히 자리에 앉고 나서는 내가 듣든지 말든지

혼잣말로 떠들어대다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혼자 흥에 겨워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운전하면서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나도 사람인 이상 짜증이 난다.


운전에 방해되니까 좀 조용히 하시라고 해도 그때뿐이다.

아마도 치매끼가 있는 노인네 같은데 내게 탈 때마다 쌀과자를 주시는 할머님보다는 훨씬

젊은것 같아도 어딘지 모르게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한 사람 같아서 그 노인네가 내 차에 오를 때는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진다.


나뭇잎은 여름에는 초록을 뽐내지만 땅에 떨어질 때인 가을에는 가장 고운 색인 단풍이 되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그렇지 못하고 그 노인처럼 추하게 늙어서 뭇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생명을 갖고 태어난 피조물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늙기 마련이다.

다만, 자신을 위해서나 타인을 위해서나 가을 단풍처럼 곱게 늙어가야 한다.

음은 결코 벼슬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할머님의 마음이 담긴 쌀과자 세 개가 나란히 운전석 옆에 놓여있습니다.

과자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머지않아 그 할머니처럼 늙는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곤 하지요.